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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가까운 사람이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위로하려 흔히 쓰는 말이 있다.
―그런 일은 가능한 빨리 잊으렴.(×)
시험을 출제하는 위원들은 시험 해설에서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이번 시험은 가능한 쉽게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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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능하다’가 아니라 ‘가능한’이라는 모양으로 이 단어를 쓸 때 달라지는 점은 무엇일까? 이 말은 ‘가능하-’에 ‘ㄴ’이 붙으면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런 어려워 보이는 질문은 예문으로 풀어야 한다. ―가능한 질문, 가능한 사안, 가능한 일정, 가능한 직무, 가능한 업종, 가능한 사람….
예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모두 명사를 꾸민다. 국어의 모든 동사와 형용사는 뒤에 명사를 꾸미고 싶을 때 ‘ㄴ’과 같은 장치를 활용한다.
―공부한 사람, 일한 사람, 쓴 일기, 굴린 공, 기쁜 일, 아픈 사람, 예쁜 사람.
형용사나 동사가 명사를 꾸미려면 ‘-ㄹ, -ㄴ, -는’이 붙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앞서 본 문장들이 틀린 이유가 있다.
―그런 일은 가능한 빨리 잊으렴.(×)
―이번 시험은 가능한 쉽게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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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험은 가능한 한 쉽게 냈다.(○)
여기서 ‘한’은 ‘한(限)’이라는 한자어 명사다. ‘-ㄴ 한’이나 ‘-는 한’이라는 구문은 관용어로 굳어져 흔히 사용된다. 여기서 ‘가능한’의 끝 부분의 ‘한’과 한도를 나타내는 명사 ‘한’이 같은 발음으로 이어지는 것에 주목해 보자. 흔히 사용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하나를 생략해서 쓰게 되어 ‘가능한 빨리, 가능한 쉽게’와 같은 잘못된 표현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략은 어법을 어기는 것이다.
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