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시작 엿새째인 26일 새벽 6시 49분부터 30분 동안 북한이 강원도 깃대령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발사체 세 발을 발사했다. 원산 남쪽 깃대령은 단거리 스커드, 중거리 노동미사일 등이 실전 배치된 미사일 기지가 있는 곳이다. 발사체 중 한 발은 발사 직후 폭발했지만 나머지 두 발은 250km 정도를 비행해 동해상에 떨어졌다.
같은 날 북한은 김정은이 특수작전부대의 백령도와 대연평도 가상 점령훈련을 참관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했다. 참관은 김정일이 군을 최우선시하는 ‘선군(先軍) 정치’를 선언한 선군절(8월 25일)에 이뤄졌다. 북한군 수뇌부가 총출동한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서울을 단숨에 타고 앉아 남반부를 평정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동해와 서해에서의 동시 도발이 확인된 바로 이날,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을지훈련 기간이 아니었다면 NSC도 열 상황이 아니었다. 일본은 NSC를 열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 영토 점령훈련을 하고 일본과 관련 없는 단거리 미사일을 쐈는데 일본이 NSC를 열 이유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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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 조건으로 핵과 미사일 도발 중단을 수차례 언급했다. 만에 하나 청와대가 북한과 대화를 위해 위기를 의도적으로 축소한 것이라면 참으로 위험하다. 청와대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이 아닌 게 분명하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전략적 도발과는 관계없는 통상 훈련”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청와대는 ICBM급이 아니라는 데 안도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미국 본토를 겨냥한 ICBM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위협적인 도발이다. 더구나 북한이 남측을 정조준하고 ICBM은 미국의 한국 방어를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본다는 점에서 전략적 도발의 일환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정부의 안보 불감증이 대통령도 약속한 사드 추가 배치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주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