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업계 ‘물 정화 사업’ 경쟁 가열
‘수(水)처리’라고 불리는 물 정화 사업을 최근 화학업계가 일컫는 말이다. 세계적인 물 부족 현상과 첨단기술 분야에 물 수요 증가로 수처리 시장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3, 4년 전 후발주자로 뛰어든 한국 화학기업들은 기존 강자인 미국, 일본 업체들과 기술 경쟁을 벌이며 시장 쟁탈에 나섰다.
글로벌워터마켓(GWM)은 수처리와 연관된 직간접적 시장이 올해 세계 880조 원 규모에서 2020년에는 940조 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이 약 445조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대구에 연(年) 처리용량 55만 m² 규모의 필터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롯데케미칼은 2015년 삼성SDI의 수처리 분리막 사업을 인수했으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신동빈 롯데 회장 검찰 수사 등으로 한동안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올해 들어서야 복잡한 사정이 정리되며 급물살을 탔다.
롯데케미칼은 LG화학과 다른 중공사(Hollow Fiber) 방식을 선택해 내년부터 양산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의 방식은 ‘중공사’라는 미세한 실을 수없이 교차시킨 뒤 그 사이로 물을 통과시켜 불순물을 거르는 방식이다. 미세한 구멍이 많은 필름이나 막을 통해 물을 거르는 역삼투 분리막 방식과는 다르다.
두 방식은 각기 장단점이 있다. 역삼투는 아주 미세한 불순물까지 걸러낼 수 있다. 조금의 먼지도 들어가서는 안 되는 반도체 웨이퍼를 세척하는 ‘초순수(극히 순수한 물)’도 만들어낸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만들어지는 정제수의 양도 적다. 반면 중공사 방식은 속도가 빠르고 많은 양의 정제수를 만들 수 있지만 아주 미세한 물질은 걸러내지 못한다.
한국기업들의 도전을 받고 있는 기존 세계 강자들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일본의 대표 화학기업 도레이는 2014년 당시 웅진케미칼(옛 제일합섬)을 인수해 국내에 진출했다. 역삼투, 중공사 등 모든 형태의 제품을 생산하며 가정용 정수필터는 전 세계 점유율 1위다. 최근 들어서는 산업용 분야에서 치고 올라오는 LG화학 등 한국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외 미국의 다우케미컬, 일본의 니토덴코 등도 기존 강자로 꼽힌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