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곤 김앤장 국제법연구소장
‘사법 한류 1세대’ 권오곤 김앤장 국제법연구소장(전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북한 인권 문제와 국내에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약자들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김 소장은 25, 26일 아시아국제법학회 제6차 총회에서 국제인권의 중요성을 논한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권오곤 김앤장 국제법연구소장(전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64)은 23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ICC에 기소되면 우리 대통령과 만나 대화할 수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장 기소를 논하기보다 통일된 뒤 기소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요한 증거들을 모아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인종학살' 주범을 재판할 때 증거가 없어 난감해하다 결국 도청 자료에서 단서를 찾았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다.
권 소장은 북한 인권 침해 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납북자 귀환에 정부가 무심한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법무부는 북한 인권 침해 기록을 관리하기 위해 '북한인권 법률자문단'을 올해 4월 구성했지만 이후 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았고 법무부 인권국장 자리도 여전히 공석"이라며 "북한 주민 인권을 개선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전쟁포로와 같은 납북자 문제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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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소장은 국내 피고인의 인권, 난민의 인권 등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지나치게 무딘 한국 형사사법제도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형사소송법과 헌법을 배운 사람이라면 ‘99명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 겁니다. 하지만 우린 본말이 전도됐어요.”
형사사법제도가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하지만 현실에선 약자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인권단체와 학계에서는 한국이 난민 불법체류자 등 사회적 약자와 피고인에게 법의 잣대를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게 들이댄다고 비판한다.
권 소장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법무부의 탈(脫)검찰화에 동의한다”며 “법무부에는 출입국관리, 교정(矯正) 등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 많으니 이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입국관리 같은 분야는 검찰이 돌아가며 맡지 말고 외부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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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피고인이 보석제도를 활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야 합니다. 구속 기간은 현재 6개월인데 검찰 의견만 듣고 짧은 기간에 결론을 내면 ‘졸속 재판’이 될 수 있어요. 구속 기간을 늘리는 게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권 소장이 역설한 인권은 국내 학계에서도 소외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는 “로스쿨 설립이 성급하게 추진돼서인지 로스쿨에서 국제법 등 다양한 학문이 소외돼 있다”며 “예비 법조인들이 다양한 학문을 이해하도록 로스쿨 및 변호사 시험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