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정부 전수조사 못믿어… 일부 마트 매출 80% 곤두박질 대형마트 3社 일제히 값 인하… 추석 전까지 더 떨어질 가능성
“정부 검사를 통과했다고 해도 께름칙한 건 마찬가지죠.”
대형마트 계란 판매대 앞에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쓰인 입간판을 보면서도 주부 홍영선 씨(34·서울 강남구)는 결국 장바구니에 계란을 담지 않고 돌아섰다.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계란 소비가 반 토막 나면서 도매가격이 25% 가까이 폭락했다. 유통업체들도 계란 판매가격을 낮추기 시작했다. 정부 조사의 신뢰성이 흔들리면서 전수조사 결과 발표 후에도 시중에 유통된 계란 중에 ‘살충제 계란이 남아 있다’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어서다.
광고 로드중
대형마트는 평소 매주 한 차례씩 가격 변동 여부를 결정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번에는 산지 도매가격이 요동치고 있는 만큼 소비자가격도 하루 단위로 변동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초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때도 하루 만에 계란 판매가격이 바뀌기도 했다.
계란 가격 인하를 놓고 대형마트끼리 ‘눈치 보기 작전’을 벌이는 양상도 나타났다. 이마트는 당초 계란 한 판 가격을 100원 내리기로 했다가 500원까지 인하 폭을 넓혔다. 홈플러스는 22일까지 가격 동결을 고집하다 23일 영업 개시 몇 시간 전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롯데마트는 당초 200원 인하로 가닥을 잡았다가 22일 오전에 추가로 400원을 더 내린다고 정정했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계란 도매가격은 11일 개당 169원에서 18일 147원, 22일 127원까지 떨어졌다. 19일 만에 24.9%가 폭락한 것이다. 반면 대형마트의 계란 가격 인하 폭은 10% 안팎에 불과해 ‘찔끔 인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도매가와 소비자가가 곧바로 연동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추가로 가격을 내릴 가능성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계란 소비가 다시 살아날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계란 판매가 재개된 16일부터 22일까지 이마트 전국 점포의 계란 매출은 2주 전에 비해 평균 43.2% 감소했다. 다른 대형마트도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황은 비슷하다. 한 대형마트는 한때 계란 매출이 평소의 20%까지 곤두박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 로드중
임진희 농협유통 축산 담당 MD(상품기획자)는 “수요 감소로 가격 하락 요인은 있지만 여전히 계란 가격은 평년 수준보다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계란 소비가 어느 선까지 회복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소비자 불신이 예상보다 깊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