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편도 들지 않고 중립유지… 혼란 수습엔 강력한 영향력 발휘 FT “위기탈출 관건은 트럼프”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이런 일화를 소개하며 “켈리 실장은 북한 위기 국면 속에서조차 정치와 거리를 두는 실세”라고 해석했다. 전쟁 위기를 숱하게 겪어본 해병대장 출신으로서 할 말이 많겠지만, 대통령에게 함부로 조언하지 않고 논쟁에서 중립을 유지한다는 전언이다. WP는 “켈리 실장의 비당파적인 특성은 백악관 참모들 중 유일무이하다. 대다수 참모는 ‘정치적인 동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켈리 실장의 ‘편들지 않기’ 원칙은 오랜 그의 소신에서 비롯됐다. 그의 지인들은 WP에 “켈리 실장은 정치에 대해 오래 말하길 싫어한다”고 전했다. 정치 얘기를 할 시간에 실무를 논하길 원했다는 얘기다. 실제 주변 참모들은 켈리 실장이 참모들의 출신과 배경에 무심한 점을 의아하게 여길 정도다.
하지만 정책 결정권은 실무자들에게 넘기는 스타일이다. 조세 정책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그는 ‘나는 세금을 내는 사람이라 세금 내길 싫어한다’는 말 외엔 어떤 의견도 드러내지 않았다고 복수의 관료들이 WP에 전했다. 실장을 통해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싶었던 관료들은 허탈해했다. 켈리 실장은 회의 중 목소리를 내지 않고 실무자들의 말을 경청했다. 실무자들 토론에서 결론이 나오면 그 내용을 바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WP는 켈리 실장의 비당파적 리더십이 야권을 설득해 정책을 관철해낼 동력을 낳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백악관 위기의 원인은 트럼프 대통령인데, 대통령의 관행이 계속되는 한 사태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