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뒤 프랑스로 돌아온 모네는 이후 여러 차례 런던을 방문했다. 계절, 시간, 빛을 달리한 100점 가까운 ‘런던 연작(連作)’엔 템스강에 자리 잡은 웨스터민스터와 그 북쪽 끝 시계탑에 딸린 종(鐘) 빅벤(Big Ben)이 담겼다. 절대 왕정과 농업의 역사가 긴 프랑스의 화가에게 세계 최초의 의회와 산업화의 상징인 대형 시계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런던의 명물 빅벤은 1859년에 세워졌다. 건설 책임자 벤저민 홀의 큰 체구에서 유래한 이름에 걸맞게 무게가 13.7t이나 된다. 시침과 분침 길이만 해도 각각 2.7m, 4.3m. 엘리자베스 2세 즉위 60주년이었던 2012년 ‘엘리자베스 타워’로 공식 명칭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빅벤이 더 친숙하다. 우리나라 보신각처럼 빅벤이 ‘1월 1일 0시’를 장중하게 알리면 트래펄가 광장에 모인 영국인들은 ‘올드 랭 사인’을 합창하며 묵은해를 떠나보낸다. 1976년, 1997년, 2004년 조금씩 손을 보긴 했으나 15분마다 울리는 빅벤의 종소리는 여전했다.
조수진 논설위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