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달걀 파문/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살충제 달걀’ 파문이 확산하자 정부가 전국의 산란계 사육 농가를 대상으로 살충제 전수조사를 실시 중인 가운데, 전수조사에도 허점이 많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란계 농장주 A 씨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관련 부처 담당 직원이) 전수조사를 나오는 게 아니라 닭농가에서 모아준 계란을 한 번에 싣고 가서 조사하는것 ”이라고 전했다. 얼마든지 바꿔치기가 가능하다는 설명.
A 씨는 전수조사 소식을 듣고 단기간에 조사가 가능할 것인지 의아했다며 “그래서 담당 직원들이 조사 나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담당 직원들은 오지 않고 마을 대표가 계란 한 판씩 가지고 마을회관으로 오라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오전 5시 기준 검사 대상 1239개 농가 중 876개 농가의 검사를 완료했고 23곳이 추가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살충제 성분이 초과 검출된 곳은 총 29곳이다.
그러나 A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이뤄진 전수조사 결과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무작위 샘플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 농장에서 준비해둔 계란으로 검사가 진행됐을 수도 있기 때문.
A 씨는 살충제를 뿌릴 때 방독면을 착용해야 할 만큼 독성이 매우 강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3년 전쯤 닭장 속이 온통 닭진드기로 가득해 살충제를 치게 됐는데 화생방 훈련 받을 때 쓰는 방독면 같은 걸 주더라”며 “이걸 왜 써야 하냐고 물어보니까 안 쓰면 구토가 나고 눈, 코, 입이 쓰리라고 거북해 며칠간 고생한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A 씨는 “그때 와구모(닭 진드기) 살충제에 대해서 알게 됐고 한두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친 것으로 기억한다”며 “한 번 칠 때 샤워하다시피 닭과 닭장에도 뿌리고 사료통, 물통 다 그냥 다 뿌린다”라고 밝혔다.
그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유일한 대안이 그거(살충제) 치는 거였고, 약 치면 내가 직접 키워도 몸에 안 좋다는 걸 알기 때문에 며칠 동안 계란을 못 먹었다”라고 털어놓았다.
또 “몇 만 마리 되는 닭들을 닭장 밖으로 끄집어내고 약을 치고 다시 그걸 다 안으로 집어넣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그걸 다 끄집어내고 치면 1년 내내 그것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라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수 많은 닭이 닭장 안에 있는 상태에서 살충제를 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강조하며 친환경 살충제를 개발과 농가지원이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