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박경리문학상 최종 후보자들]<1>英 소설가 앤토니아 수전 바이엇
앤토니아 수전 바이엇은 밀도 높은 서사와 언어를 통해 지적인 작품을 탄생시킨 작가로 유명하다. 인간의 삶과 내적 성찰을 통해 인류와 문명의 본질을 읽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 Michael Trevillion/Trevillion Images
영국 요크셔에서 태어난 그는 자전적 소설인 ‘태양의 그림자’ ‘놀이’를 썼고, 요크셔 가족에 대한 4부작으로 ‘정원의 처녀’ ‘정물’ ‘바벨탑’ ‘휘파람 부는 여자’를 선보였다. 1990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소유: 한 편의 로맨스’(사진)가 맨부커상을 받아 명성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2년 동명의 영화가 제작됐고, BBC라디오에서 2011, 2012년에 라디오 연속극으로 방송됐다.
대표작인 ‘소유’는 영국문학에 대한 헌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작가와 시인들이 작품 속에 실제 혹은 허구의 형태로 등장한다. 그의 모든 문학적 관심과 활동의 결과가 녹아있는 역작이다.
문학연구자 롤런드 미첼은 런던 도서관에서 자신이 전공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유명 시인 랜돌프 헨리 애시가 쓴 두 장의 연애편지를 발견한다. 그는 편지를 몰래 가져와 연구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미첼은 두 여인을 만난다. 한 명은 애시가 쓴 연애편지의 수신인으로 당시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던 시인 크리스타벨 라모트, 다른 한 명은 라모트의 먼 후손이자 라모트를 연구하는 모드 베일리이다. 미첼과 베일리는 애시와 라모트 사이의 진실을 파헤치려고 정열적으로 매달리고 두 연구자 사이에도 로맨스가 진행된다.
진실을 밝히려는 두 연구자의 탐색 과정은 탐정 소설처럼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독자는 작가가 재구성한 허구적 시인인 애시와 라모트의 삶에서 빅토리아 시대 실존 시인들의 삶의 편린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두 연구자의 조사 과정에서 작가가 동원한 빅토리아 시대 문학작품들에 대한 무수한 패러디와 허구적 혹은 부분적으로 원용한 인용적 글쓰기가 선사하는 즐거움이다. 영국 문학사 위에 지적인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하며 바이엇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한 ‘소유’는 이렇듯 다양한 글쓰기로 채워져 있다.
바이엇은 서로 다른 시대에 속한 두 커플을 등장시킴으로써 현재와 빅토리아 시대를 비교해 읽도록 권한다. 결코 관대하지 않은 시선으로 묘사된 현대 인물들의 개인성을 통해 역사와 시대정신을 읽어내도록 독자를 이끄는 힘은 그의 소설 대부분에서 발견되는 특성이다.
최윤 소설가·서강대 교수
● 앤토니아 수전 바이엇은…
1936년 영국에서 태어나 ‘태양의 그림자’(1964년)로 데뷔했다. 런던대 교수를 지내며 영미문학을 강의했고, 비평가로도 활동했다. 1983년 대학을 떠나 전업 작가가 됐다. 대표작 ‘소유’로 1990년 맨부커상을 수상했고 1999년 대영제국 기사 작위 훈장(DBE)을 받았다. ‘소유’ ‘천사와 벌레’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문학 공부로 단단히 다져진 깊은 내공은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문학적 매력을 발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