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최초 ‘외주→직접채용’… 외주계약 끝나는 내년말까지 완료 업계 “계산원 등 파견직 많은 특성상 현대백화점 사례, 파급효과 클 것”
현대백화점그룹이 파견 및 도급직 직원 2300여 명을 자사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유통업계에서 새 정부 들어 파견 직원을 원청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16일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등 계열사에서 일하는 파견회사 직원 2300여 명을 자사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작년 한 해 동안 뽑은 신규 채용 인원 2340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과 상생 협력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고 로드중
현대백화점그룹은 파견 및 도급 회사와 계약이 끝나는 대로 이 회사 소속 직원들을 현대백화점그룹의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보통 1년 단위 계약이라 내년 말이면 2300여 명의 정규직 전환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파견 및 도급직 직원을 뜻하는 소속 외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재계와 노동계는 논쟁을 벌여왔다. 재계에서는 “기업은 핵심 업무를 맡고 비핵심 업무는 아웃소싱하는 게 세계적 트렌드”라고 주장해 온 데 반해 노동계에서는 “사실상 원청회사 업무인데 외주를 통해 비용을 줄이려 한다”며 반발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당선 직후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발표하면서 파견직 역시 비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게 됐다. 대기업 중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파견 직원의 정규직 전환의 출발선을 끊었다. 인터넷설치기사 등 협력업체 직원 5000여 명을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기로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 매장에는 계산원, 상담원, 납품업체 판매직원 등 파견 직군이 제조업에 비해 많은 편이다. 현대백화점이 이들을 비정규직으로 보고 정규직 전환을 선언한 만큼 향후 다른 업체들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향후 3년 내 비정규직 1만 명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2007년 이마트와 백화점의 비정규직 직원 5000여 명을 정규직화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향후 파견 및 도급 직원을 어느 정도까지 자사 정규직으로 전환할지 회사별로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