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학과-하숙집 좌충우돌 다룬 1990∼2000년대 드라마와 달리 대학 벗어나 꿈 개척하는 모습 그려… 중국집 배달원 등이 주인공 등장
1999∼2000년 방송된 SBS ‘카이스트’(첫번째 사진)에서 대학 캠퍼스는 청년들이 꿈과 우정을 키우는 공간이었지만 최근 청춘 드라마에는 캠퍼스가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KBS ‘최강 배달꾼’은 책가방 대신 배달 철가방을 든 청춘들의 사랑과 성공기를 그렸다. SBS·KBS 제공
다음 학기부터는 장학금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제발 한 학기 등록금만 빌려달라고 애원하는 남동생을 두고 여자 주인공 이단아(채수빈)는 매몰차게 일어선다.
이 드라마 등장인물의 나이는 평균 20대 중반. 남녀 주인공 직업은 중국집 배달원이다. ‘헬조선’을 탈출하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학원에서 청소를 해주며 영어 강의를 듣는다. 이 드라마에서 대학은 지옥 같은 현실을 바꿔주기는커녕 빚만 늘리는 공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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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청춘 드라마는 주로 대학 캠퍼스의 낭만과 이상을 배경으로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사랑이 꽃피는 나무’가 방송된 1987년의 대학 진학률은 전체 고교생의 36.7% 수준. 캠퍼스는 누구나 향유할 수 없는 공간이라 환상도 컸다.
드라마 속 전공 학문은 당시 인기학과의 트렌드도 보여준다. MBC ‘우리들의 천국’(1990년), ‘남자셋 여자셋’(1996년) 등 1990년대에는 신문방송학과가 인기였다. 당시 시청률 상위권을 달리던 ‘우리들의 천국’의 배경이 된 서강대 신문방송학과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유명한 얘기다.
2000년대 들어서는 MBC ‘논스톱’ 시리즈를 통해 하숙집과 기숙사에서 펼쳐지는 청춘들의 좌충우돌 대학 생활이 계속 전파를 탔다. 국내 평범한 캠퍼스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과학도의 일상과 사랑을 다룬 SBS ‘카이스트’(1999∼2000년), 해외 명문대 유학생들을 소재로 한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4년)등이 인기를 끌었다.
최근 청춘 드라마는 아예 대학 캠퍼스를 다루지 않는다. 취업난과 캠퍼스 내 무한 경쟁 등 고달픈 세태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긴 이후 대학은 더 이상 판타지를 주는 공간이 아니다. 최근 유일하게 대학을 배경으로 한 MBC ‘역도요정 김복주’는 ‘체육대’라는 독특한 소재를 차용했을 뿐 스토리는 현실적 취업 경쟁에서 살짝 비켜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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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