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유통 불공정 근절 대책]납품업체 권익보호 강화 재고 떠넘기기 ‘판매분 매입’ 금지… 판매수수료 공개, 대형마트로 확대 과징금 부과 기준 2배 인상 신고포상금 지급상한 1억→ 5억… 분쟁조정기구, 시도별 운영 추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갑질 관행’에 급제동
이 밖에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상품을 주문할 때는 계약서에 수량을 반드시 기재하도록 했다. 상품 수량을 계약서에 적지 않고 구두로만 주문해 과잉 주문, 부당 반품 등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법 위반 여부 판단 기준, 반품 허용 사례 등을 명시한 ‘부당반품 심사지침’도 만든다.
이용기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침체되는 이유는 중소기업이 성장을 못하기 때문이다”라며 “이번 대책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 과징금 2배로 높아진다
대금을 늦게 지급하거나 이미 납품한 물건을 정당한 이유 없이 반품하는 경우에 부과되는 과징금도 대폭 인상된다. 공정위는 현재 법 위반 행위의 중대성을 감안해 위법 행위와 직접 관련된 금액(위반금액)에 30∼70%를 곱해 과징금을 산출하고 있다. 이를 2배인 60∼140%로 인상할 예정이다. 유통업체의 매출액을 계산하기 어려울 때 적용하는 ‘정액 과징금’도 현재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2배로 높아진다. 여기에 3배 손해배상제 등이 도입되면 대형마트의 위반금액이 1억2800만 원이라고 가정할 때 내야 할 과징금과 손해배상액은 1억9200만 원에서 5억1200만 원으로 약 2.7배로 늘어난다.
신속한 피해 구제를 위해 시도별로 공정거래조정원과 동일한 법적 권한을 가진 ‘분쟁조정기구’를 설치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공정거래조정원이 서울에만 있어 지방에 있는 납품업체들이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보완한 조치다. 공정위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실태를 점검하고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도록 권한을 넘겨주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판매 수수료 공개 대상 업체도 늘어난다. 현재는 백화점과 TV홈쇼핑만 판매 수수료를 공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도 대상에 포함된다. 또 내년부턴 ‘대규모 유통업거래 공시제도’도 도입된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판촉 비용이나 매장 인테리어 비용, 판매 장려금 등 납품업체와의 주요 거래 조건과 현황을 공정위 홈페이지 등에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조치다. 현재는 판매 수수료 이외의 다른 조건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조치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단기간에 규제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시장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유통시장이 굉장히 침체돼 있다”며 “3배 손해배상 등과 같은 조치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어 장기적인 안목에서 연착륙시킬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