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90일을 맞았지만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개국 대사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의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 시급한 외교 현안의 정부 간 가교 역할을 해줄 ‘키 플레이어’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인사가 늦어지는 것은 상황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적임자를 뽑기 위한 문 대통령의 고심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미 본토 불바다” 운운하고 미 백악관에선 ‘전쟁(war)’이란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터에 시급한 인사가 아닐 수 없다.
과거 정부와 비교해 봐도 속도가 느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34일 만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43일 만에 4강 대사 임명을 마무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30일 만에 주미 대사부터 인선했다. 새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 없이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제는 인선이 나와야 할 때다.
물론 현재 4개국에 우리 대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직후인 6월 말 각국 주재 대사 전원에게 사직서 제출을 지시했다. 이러니 주재국에서도 지금 대사들과 내실 있는 대화를 나눌 리 만무하다. 미 국무부도 외교 경로를 통해 우리 측에 “한국대사 교체를 서둘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사드 배치 보복 수위를 높이는 중국이 ‘박근혜맨’인 김장수 주중대사와 해결책을 모색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