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노사의견 수렴… 실태조사 “금지법 제정땐 과잉규제 논란 우려… 근로감독-지도 통해 관행 개선”
정부가 퇴근 후 스마트폰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업무지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과잉 입법’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법이 아닌 지침을 시행한 뒤 근로감독 등을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고용노동부는 근무시간 외에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메신저, 문자메시지, 전화 등으로 업무 지시를 내리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한다고 3일 밝혔다. 고용부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노사 양측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프랑스 등 선진국의 사례를 수집할 예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근로자 1000명을 조사했더니 740명이 “퇴근 후 업무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급한 업무 처리로 인한 연락은 42.2%에 불과했고, 55.4%는 습관적으로 이뤄진 연락이었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지난해 근로자 2402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들의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초과근로시간은 주당 11시간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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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근로시간 외에 SNS 등을 통한 업무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간에서는 LG유플러스와 경기 광명시 등 일부 대기업과 지자체가 심야시간과 휴일에 업무 목적으로 카카오톡 연락을 금지하는 매뉴얼을 운영하고 있지만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고용부는 한국은 법으로 규제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장시간 근로 문화가 고착돼 있어 ‘과잉 규제’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법이 시행되더라도 사문화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용부는 법보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공과 민간 부문에 시행한 뒤 근로감독과 지도를 통해 개선해나가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