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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의 근대를 걷는다]시발 브리사 포니… 자동차, 일상이 되다

입력 | 2017-08-03 03:00:00


울산박물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각각 전시 중인 ‘포니1’(위쪽 사진)과 ‘시발’.

“나이스 투 미츄, 레츠 고 광주!”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주인공 김만섭(송강호 분)은 독일인을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로 내달린다. 김만섭이 운전한 택시는 1974년산(産) 브리사.

브리사는 기아산업이 1974년 12월부터 생산한 자동차였다. 일본 차량을 들여와 재조립한 것이다. ‘하루 유지비 2000원의 경제형 세단’이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1975, 1976년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포니에 자리를 내주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고유모델 자동차인 포니. 현대자동차는 1973년부터 독자 모델 개발을 시작해 1975년 12월부터 울산공장에서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 국산화율 90%. 판매 첫해 1976년 국내시장 점유율 43%. 기하학적 디자인에 해치백 스타일의 포니는 1980년대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다. ‘택시운전사’에서 황재술(유해진 분)이 운전하는 택시가 포니1이다.

이제는 울산의 상징이 된 포니. 2012년 울산박물관은 포니1 한 대를 5000만 원에 구입했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힘겨웠다. 운행 가능한 포니1이 귀한 데다 소유주들이 값을 너무 비싸게 불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때 박물관은 중동이나 남미에 수출된 포니1을 찾아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자동차가 들어온 것은 1900, 1901년경. 첫 국산 자동차는 1955년 8월 선보인 ‘시발(始發)’이었다. 정비기술자 출신 최무성 씨 3형제는 1954년 서울 을지로에 국제차량제작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차량 제작에 뛰어들었다. 끈질긴 노력 끝에 엔진을 직접 만들었다. 미군용차 폐품과 드럼통을 이용해 차체를 제작하고 미군으로부터 받은 변속기와 차축 등을 활용해 국산차 제작에 성공했다. 최 씨 3형제는 처음이란 의미를 담아 ‘시발’이란 이름을 붙였고 로고는 독특하게도 ‘시바-ㄹ’로 했다.

당시 반응은 뜨거웠다. 을지로 천막공장은 시발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고 차를 사기 위해 돈을 모으는 ‘시발계’까지 유행할 정도였다. 특히 영업용 택시로 인기가 높았다. 광고 문구엔 자부심이 가득했다. ‘넓은 아세아에 있어서 자동차를 제작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넣어서 2개국뿐이오니, 이 차를 사용함으로써 반만년 문화민의 자부심을 가집시다.’

그리고 60여 년. 시발, 브리사, 포니를 타고 우리는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국이 되었다.

이광표 오피니언팀장·문화유산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