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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공관병과 당번병

입력 | 2017-08-03 03:00:00


당번병을 영어로 배트맨(batman)이라고 한다. 전쟁 중 장교의 짐이 든 안장(bat)을 말에 씌워 끌고 다니던 사람에서 비롯됐다. 영국군에는 제1차 세계대전까지만 해도 모든 장교에게 병사-하인(soldier-servant)이 딸려 있었다.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샘이 주인님(Master)이라고 부르는 프로도와의 관계가 작가 존 로널드 톨킨이 참전 중 경험한 장교-주인과 병사-하인의 관계에 기초한 것이다. 이 말이 전간기(戰間期)에 들어와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지면서 배트맨으로 바뀌었다.

▷당번병은 장교의 명령을 부하에게 전달하고, 장교의 군복과 장비를 상시 가용한 상태로 관리하고, 장교가 지휘를 하느라 시간이 없어 못 하는 잡무를 처리한다. 영국에서 당번병은 더 힘든 임무에서 면제되고 지휘관이 베푸는 특전을 받기 쉽고 진급도 빨라 선호되는 보직이다. 우리나라 군대에 당번병은 공식 편제에 없지만 보통 대대급 부대에서부터 무전병과 1호차 운전병이 세트로 부대장의 당번병 임무를 맡는다.


▷공관병은 당번병과 달리 장성급 지휘자의 승인하에 공식적으로 둘 수 있다. 공관병은 연대급 이상 부대 지휘관의 관사에서 생활하면서 가사를 돌보는 임무를 맡는다. 본래 임무와는 달리 자녀들의 학습도우미로 활용돼 종종 구설수에 올랐다. 그럼에도 힘든 훈련이나 사역에서 제외돼 꽃보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선진국 군대에서는 지휘관이 필요하면 신원조회를 거친 민간인을 고용해 쓴다. 우리나라 사병 봉급이 모병제 수준으로 높았다면 공관병은 진즉 민간 가사도우미로 대체됐을 것이다.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이 1일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에 책임을 지고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박 사령관 부부는 공관병이 호출에 즉각 응하도록 공관 내 두 곳에 있는 호출 벨과 연동된 전자팔찌를 채우는 등 비인간적 대우를 했다고 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공관병을 민간 인력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공관병 제도는 없애야 마땅하지만 민간 인력으로 대체하려면 또 돈이 들어가니 계속 돈 들 일만 쌓여 간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