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나뭇가지를 손으로 비벼 원시적인 방법으로 불을 피우는 영상. 유튜브 화면 캡처
구독자 490만 명의 유튜브 채널 ‘프리머티브 테크놀로지(원시 기술)’는 호주의 자연 속에서 원시적인 방법으로 도구와 집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화면 편집을 최소화해 4시간 이상 반복되는 작업을 정직하게 보여준다. 개인방송 운영자의 화려한 입담이나 음악은 없고 새소리, 풀벌레 소리만 간간이 들린다. 오두막을 짓는 이 동영상 중 하나는 조회수가 2100만 회를 넘어섰다.
별생각 없이 ‘멍 때리듯’ 보는 영상들이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폭발적 인기다. 스마트폰 청색광 중독 시대에, 명상마저 무위(無爲) 아닌 시청으로 행해지는 셈이다. ‘멍상’(멍하게 보는 영상)이라 부를 만한 새 경향이다. 경희대 신문방송학과 박종민 교수는 “하루 평균 5∼6시간 SNS에 노출된 현대인들이 쉬는 시간조차도 SNS를 봐야 안정감을 느끼는 미디어 중독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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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달군 니켈 공이 전자 기기를 태우는 실험 영상, 끝없는 우주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상의 한 장면(왼쪽부터). 유튜브 화면 캡처
전문가들은 피로 사회에 사는 현대인들이 또 다른 몰입할 거리를 찾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사람들이 오락 영화를 보기 원하는 것과 같다”며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반면 심리 치료의 효과는 검증된 바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은정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정한 자극이 마음의 안정을 주기는 하지만 그것이 명상과 동일한 효과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심리 치료의 한 종류인 명상을 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대안으로 마음의 안정을 주는 단순한 자극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치료를 원한다면 보다 적극적인 실제 명상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