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재계 간담회]예정시간 두배 넘겨 160분 진행
○ 선물 보따리와 함께 규제완화 요청한 재계
문 대통령은 시종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애썼다. “기업인들이 그동안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위해 헌신하신 것에 대해 존경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며 기업이 따라와 달라고 요구하기보다는 주로 기업인들이 느끼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접점을 모색해보겠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전기차, 자율주행차, 수소연료차를 적극 개발할 것이고 국내외 스타트업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4차 산업 육성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성장정책으로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신설을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에서 1000억 원 상생펀드를 조성했다”며 “LG와 1차 협력업체와의 계약 시 2, 3차 협력업체와의 공정 거래를 담보하는 조항을 포함시키겠다”고 했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해 박정원 두산 회장은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중단하면 주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해외에서 사업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원전 사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손경식 CJ 회장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이 중요하다”며 “정부에서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달라”고 제안했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서비스산업발전법, 규제프리존특별법의 통과를 우회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 문 대통령은 반장식 대통령일자리수석비서관에게 “비정규직에 대한 기준을 확실히 해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재계가 비정규직의 기준이 저마다 달라 정규직화하는 데 어려움을 나타내자 즉석에서 응답한 것이다.
○ 재계 현안 및 사드 여파도 논의
간담회에 앞서 진행된 호프미팅에서도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대한(對韓) 보복, 신재생에너지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요즘 미국 철강 수출 때문에 조금 걱정하시죠?”라고 물었다. 철강과 자동차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이 대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고 주장할 때마다 언급하는 분야다. 권 회장이 “당분간 미국에 (철강을 수출해) 보내는 것은 포기했다”고 답하자 문 대통령은 “이런 문제는 정부가 긴밀하게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태양광 사업에도 관심을 표했다. “한화가 요즘 태양광, 신재생에너지에 아주 역점을 많이 두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말에 금춘수 부회장은 “고전을 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지원해주고 있어 힘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