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퀘어 제공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전문공연시설 블루스퀘어가 운영난에 빠졌다. 이 지역 상권이 뜨면서 덩달아 높아진 땅값이 주요인이다. 블루스퀘어를 운영하는 민간사업자 인터파크씨어터 관계자는 26일 “토지 사용료가 매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급증해 운영에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블루스퀘어가 민간 시설인 줄 알고 있다. 실제론 서울시가 소유한 공공시설이다. 2007년 서울시는 문화산업 발전 정책 중 하나로 옛 한남면허시험장이 있던 1만826m²의 시유지(市有地)에 ‘한남동 대중음악 및 뮤지컬 공연장 민자유치 사업’을 공모했다. 두 차례의 유찰 끝에 2009년 인터파크씨어터가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시설은 서울시에 기부하고 20년간 운영권을 가지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이다. 인터파크씨어터는 공연장을 짓는 데 약 600억 원을 썼다.
이후 블루스퀘어는 ‘레미제라블’ ‘시카고’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같은 세계 유수의 뮤지컬을 현지 오리지널로 들여와 국내 초연(初演)을 하며 최고 수준의 뮤지컬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1760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관과 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콘서트홀 모두 실질 가동률이 100%에 가깝다.
블루스퀘어 터(한남동 727-56)의 공시지가는 사업자 선정 당시인 2009년 m²당 289만 원에서 올해 700만 원으로 8년 만에 142%가 올랐다. 공시지가 상승률도 2013년 10%에서 2015년 18%, 올해는 20%로 점점 커지고 있다. 토지 사용료도 초기의 두 배가 훌쩍 넘는 15억 원대로 올랐다. 주 수익인 대관료(연간 약 50억 원)의 30%가 토지 사용료로 나간다.
이 같은 상황은 민간사업자 인터파크씨어터뿐 아니라 서울시도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사업에 관여했던 서울시 관계자는 “블루스퀘어가 들어서기 이전에는 한남면허시험장이 1987년 없어지고 용산소방서 임시청사 정도로만 잠시 사용된, 방치된 땅이었다”며 “동네가 뜨기 시작한 건 블루스퀘어가 2011년 개관한 이후”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상권이 커질수록 공시지가 역시 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대관료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대관료가 올라가면 공연기획사가 매기는 티켓 값 역시 상승할 수밖에 없어 공공시설이라는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영세한 공연업계에도 피해가 간다. 블루스퀘어 측은 “세종문화회관 같은 비슷한 입지의 공공문화시설은 예산을 지원받지만 민간 운영시설은 토지 사용료 급증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며 “일률적으로 토지 사용료를 규정한 조례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이영미 서울시 문화시설2팀장은 “서울은 다른 지역과 달리 지가 상승폭이 워낙 크기 때문에 민간이 운영하더라도 공공복지를 위한 시설물의 경우에는 별도의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