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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보조금 올려 분배 강화… 성장 이끌 산업전략은 안보여

입력 | 2017-07-26 03:00:00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방향]수출 주도서 소득 주도 성장으로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보고서에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부제(副題)를 달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웠던 소득 주도 성장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이후 55년 만에 경제 정책이 ‘성장 중심’에서 ‘분배 중시’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출 주도형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장을 거듭했던 한국 경제를 국민의 소득과 일자리 증가 위주의 구조로 개편하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은 한국이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길’이다. 가계소득 증가로 소비가 늘고 이를 통해 성장에 성공하면 다시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그동안 사람에 대한 투자가 없어서 가계와 기업의 불균형이 초래됐다. 저성장과 양극화 극복을 위해 소득 증대와 일자리 확충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 최저임금, 보조금 올려 성장률 높이기 실험

정부는 이날 연 3% 성장을 목표로 내세우며 이를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기업이 성장해 생긴 과실을 나눠받던 ‘조연급’에 머물렀던 가계를 ‘주연급’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가계소득 상승을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인 최저임금은 내년에 7530원으로 올해보다 16.4% 올리기로 이미 결정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버거워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금도 줄 계획이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에게 주는 구직촉진수당은 내년 3개월 동안은 30만 원씩 주고 2019년에는 6개월간 50만 원씩으로 확대한다. 노인 기초연금은 내년에 25만 원을 주되, 2021년에는 30만 원까지 인상한다. 모든 0∼5세 영유아에게는 매달 10만 원의 지원금도 준다.

기초 소득을 올린 다음에는 생계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그래야 가계가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이 늘기 때문이다. 주거 대책이 생계비 부담 줄이기의 핵심이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30년 이상 된 경찰서, 동 주민센터, 우체국 등 낡은 공공청사를 재건축할 때 임대주택을 함께 짓는 복합개발로 임대주택 2만 채를 내놓는다. 용적률을 법정 한도인 300%까지 완화하고 복합개발 때 신혼부부를 위해 국공립 어린이집을 함께 짓는 방안도 추진된다. 또 집을 무리하게 샀다가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하우스푸어’를 위해 이들의 집을 매입해 재임대하는 ‘세일즈 앤드 리스백’ 방식의 리츠가 부활한다. 이 방식은 2013, 2014년 운영됐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예산과 세제 혜택을 집중하기로 했다. 직원 수를 늘린 기업에 2년 동안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청년고용을 하거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에도 혜택을 부여한다. 정부는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은 국적과 무관하게 최우선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 금지 업종을 원칙적으로 해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지방교부금 역시 일자리 만들기 실적에 따라 배분하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일자리 부문에 다걸기를 할 방침이다.

○ 전문가들 “현실 작동 여부는 지켜봐야”

전문가들은 경제정책 방향의 핵심인 소득 주도 성장이 실제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여부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정부의 성장 전략이 실패했기 때문에 현 정부로서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상황”이라며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하면 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도 “박근혜 정부가 가계 부채, 중소기업 부채를 한계치까지 끌어올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이 개인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것에 치중해 향후 경제 성장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선진국보다 노동 생산성을 높여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데, 근로자 임금만 올려서는 생산성 상승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낮은 노동 생산성을 방치한 채 임금만 올리는 소득 주도 성장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문가(조사 대상 334명) 중 30.5%는 성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경제 분야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꼽았다. 소득 증대 대책과 병행해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지만 노동시장 개선 방안은 이번 정책 방향에 담기지 않았다.

중소기업 육성 정도를 제외하면 별다른 신성장산업 육성책이 담기지 않아 정부가 약속한 ‘3% 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무현 정부 역시 혁신을 강조했지만 행정수도 건설 등 대규모 국책사업도 동시에 진행했다”며 “성장을 뒷받침할 전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이건혁 / 정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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