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
지난해 도와준 사람은 6만여 명에 달한다. 물론 그중에는 반복적인 출입국, 노무, 부동산 관련 문의가 대다수지만 특이하고 재미있는 상담 케이스도 지속적으로 생기고 있다.
작년 1월 첫 출근을 했을 땐 서울 생활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다. 10년 넘게 유학생, 기업인 그리고 다문화가정 어린이의 아빠로 서울에서 살았으니까. 그런데 센터의 상담 내용은 상상도 못 한 내용이 가득했다.
최근 받은 문의는 한 만취한 교환학생이 환풍구 아래에 4일간 갇혀 있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일이다. 다행히 1년에 한 번만 하는 소독 점검 때문에 지하 환풍구에 떨어져 있던 그를 발견한 것이다. 뉴스에서는 사업장 관계자가 “사람 목숨이 살았으니 건물에 침입한 점은 법적 책임을 따지지 않겠다”고 보도했지만 실제론 아니었다. 사업장 측에서 학생의 아버지에게 구조를 위해 절단한 환풍구 가격(1500달러)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했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보상 용의는 있지만 금액이 너무 크다고 생각해 적당한 금액을 계산하는 법, 카드 결제가 되는지, 추가 책임을 면제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 서류 등에 대해 문의했다.
대부분의 상담은 외국인을 도와주는 일이지만 가끔은 한국인에게도 유익한 결과가 있는 상담도 있다. 어느 날 상담 전화가 울렸다. 의뢰자는 자신이 지금 미국에 있으며, 시카고에서 개인적으로 무기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6·25전쟁 유물을 찾았다고 했다. 그 유물은 바로 6·25전쟁 때 큰 공을 세운 백선엽 장군의 지휘봉이었다. 이를 백선엽 장군 본인에게 돌려주거나, 그것이 불가능하면 전쟁기념관에 기증하고 싶다면서 연결을 도와 달라는 것이다. 마침 서울글로벌센터의 상담원이 백선엽 장군의 보좌관과 연락이 닿아 연결해줄 수 있었고, 그 지휘봉은 현재 송환 협의 중이라고 한다.
매우 복잡해서 노력만으로는 풀 수 없는 일도 있었다.
2016년 가을, 서울글로벌센터 이메일함에 ‘어머니를 찾고 있다’는 제목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이메일을 작성한 사람은 1991년에 태어난 브라이스 스미스였다. 내용은 무척 슬펐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가 한국에서 결혼한 후, 첫째 아이를 낳고 다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었다. 스미스는 미국에서 둘째 아이로 태어났지만 그의 어머니는 한국에 대한 극심한 향수에 시달렸고,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못 했다고 한다. 결국 스미스가 태어난 지 3개월이 되었을 때 어머니는 한국으로 돌아갔고,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고 한다.
매일 평균적으로 155명이 서울글로벌센터에 상담을 받으러 온다. 그 많은 상담이 모두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향 친구처럼 모국어로 편하게 도와주는 우리 센터 상담원들에게 힘들거나 보람 없는 상담은 절대 없으니, 주변에 서울 생활에 불편함을 가진 외국인이 있다면 서울글로벌센터로 안내해줬으면 한다.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