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최고 금리’ 유혹의 허실
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에 나서기 위해 최대 3∼7%의 금리를 앞세운 적금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우대금리 요건이 까다로워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금리를 1%대로 잡아놓고 우대금리를 붙인 상품들이지만 은행들이 고객의 눈길을 끌기 위한 이른바 ‘제목 장사’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적금 상품은 우대금리를 받으려고 지출해야 하는 금액이 이자보다 더 크다. 14일 우리은행이 내놓은 6개월 만기 ‘위비라이프@ G마켓 옥션 팡팡적금’은 기본금리가 1.5%, 최고금리가 7%다. 하지만 우대금리를 모두 받으려면 G마켓이나 옥션에서 월 20만 원 이상 5개월간 물건을 사야 한다. 매달 최대 납입액인 25만 원을 부어도 6개월간 세전이자가 약 3만 원인데 100만 원어치를 구매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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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은행의 적금상품은 우대금리 조건으로 급여 또는 연금이체를 내걸고 있다. A은행 창구 직원은 “급여통장 없이 주로 입출금통장을 사용하는 자영업자나 학생들은 가입하기 어렵다”며 “직장인을 위한 혜택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우대금리를 내세워 자사 은행과 계열사의 상품을 묶어 파는 모델은 시중은행들 사이에선 관행화돼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 주거래 우대적금’은 △신한카드를 월 10만 원 이상 쓰면서 △신한은행에서 펀드나 청약 등에 가입한 뒤 △신한은행의 증권거래상품(FNA S라이트)을 통해 거래를 하거나 신한생명 상품에 가입해야 우대금리를 모두 받을 수 있다.
은행들은 우대금리 요건을 복잡하게 만든 건 주거래 고객을 늘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해명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간 서비스에 차별점이 크게 없어진 상황에서 저비용성 예금인 입출금 계좌를 은행에 묶어놓고, 대출이나 신용카드 등 다양한 상품을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우대금리를 미끼상품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시장금리가 올랐을 때 예·적금금리는 그대로 두고 대출금리를 올려 예대마진으로 손쉽게 돈벌이를 하는 상황에서 ‘(신용도 높은) 우수 고객 모시기’에만 집중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은행들이 정기 예·적금의 마진이 낮다 보니 각종 우대금리를 내걸어 보험이나 펀드 등 자사 상품을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노년층과 저소득층은 소외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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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아 인턴기자 서강대 경제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