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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넘은 ‘염기훈-양동현’… 申은 기둥으로 쓸까

입력 | 2017-07-11 03:00:00


‘왼발의 달인’ 염기훈(34·수원)의 절묘한 도움을 ‘부활한 천재’ 양동현(31·포항)이 골로 연결시킨다. 한국 축구 A매치에서 한 번도 없었던 장면이었지만 조만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염기훈과 양동현은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각각 도움과 득점을 가장 많이 기록하고 있다. 2014년 4득점, 8도움에 그친 뒤 은퇴까지 생각했던 염기훈은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문 덕분에 2015년 8득점, 17도움을 기록하며 생애 처음 도움왕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15도움으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한 염기훈은 올 시즌 5도움을 기록하며 3년 연속 도움왕을 노린다.

울산에서 뛰던 2015년 8득점, 3도움을 기록했던 양동현은 지난해 포항으로 옮긴 뒤 13득점으로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골을 터뜨린 데 이어 이번 시즌에는 전반기에만 13골을 폭발시키며 숱한 외국인 선수들을 제치고 득점 1위에 올라 있다.

호남대를 졸업한 염기훈은 2006년, 동북고 출신의 양동현은 2005년 데뷔해 10년 넘게 K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춘 적은 한 번도 없다. 특히 양동현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2009년 6월 아시아 최종예선 2경기에서 뛴 게 A매치 경력의 전부다. 2002년 대한축구협회의 축구 유망주로 선발돼 프랑스 유학까지 간 뒤 이듬해 스페인 1부 리그 레알 바야돌리드 유스팀과 계약하며 ‘축구 천재’로 불리기도 했지만 잦은 부상이 늘 발목을 잡았다. 해외파의 꿈을 접고 2005년 국내로 돌아와서도 20대에는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서른이 넘어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는 두 선수가 ‘신태용호’에 나란히 승선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국 축구의 ‘소방수’로 나선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47)은 9일 수원에서 열린 K리그 수원-제주 경기를 본 뒤 “눈앞의 한두 경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현실에서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경기력이 좋다면 염기훈은 물론이고 이동국(38·전북)도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길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이동국은 상징적인 의미로 얘기했겠지만 염기훈은 가능성이 높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대표팀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힘을 쓰지 못했는데 K리그에서 왼발이 가장 위력적인 염기훈은 이를 타개할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비주류인 신 감독은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 자신의 지도자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활용하지 못할 해외파를 뽑는 일은 안 할 것이기에 검증받은 K리그 선수들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물오른 득점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양동현은 물론이고 장신의 김신욱(29·전북·196cm)도 체격이 큰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쓸 만한 자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인 한국은 8월 31일 이란과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안방 9차전, 9월 5일 우즈베키스탄과 방문 10차전 최종 경기를 앞두고 있다. 조 2위(승점 13)인 한국은 3위 우즈베키스탄과의 승점 차가 1에 불과해 본선 직행 티켓(각조 1, 2위) 확보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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