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한양대 경영대 교수
2007년 고용노동부는 스펙을 중시하는 관행을 줄이기 위해 성별, 출신 지역, 출신 학교명 등을 제외하고 교육, 직업훈련, 경력 등을 기재하는 표준이력서를 개발해 공공부문과 대기업에 보급하였다. 또한 2015년에는 실제 업무 현장에서 요구되는 능력을 산업 부문별, 수준별로 체계화한 국가직무능력표준을 개발했다. 이를 활용해 해당 직무의 상세 내용 및 직무능력 평가 기준을 정해 사전에 명확하게 공지하고, 이를 토대로 인재를 선발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 능력 중심 채용 제도도 도입했다.
이번에 발표된 블라인드 채용 방안은 이 두 가지 정책을 강화하여 결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2007년 표준이력서가 권고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번 블라인드 채용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적용을 의무화하였다. 또한 2015년 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 능력 중심 채용 제도에서는 입사지원서에 사진, 본적, 출신 학교명을 포함시킬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채용 과정에서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적사항을 모두 배제하도록 하였다. 이를 통하여 채용 공정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직무수행능력 중심의 채용 제도를 정착시키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블라인드 채용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몇 가지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우선 국가직무능력표준을 기반으로 개별 기관과 채용 직무의 필요 역량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명확하게 정의하는 제도 설계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토대로 직무적합성을 판단할 수 있는 다양한 시험과 면접 기법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직무중심주의가 채용뿐만 아니라 채용 이후의 일하기 방식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서 지배적인 일하기 방식은 ‘직무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이다. 직무 중심 일하기는 해야 할 일을 직무체계에 따라 구분하고 일정한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직무수행자에게 할당한다. 반면에 사람 중심 일하기는 종합적인 능력이 우수한 사람들을 선발하고 이들에게 다양한 일을 대략적으로 나누어 맡기는 방식을 취한다. 사람 중심의 일하기 방식에서는 어떠한 일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나 지연이나 학연을 활용하여 함께 일하기에 편한 사람들을 채용하려고 한다. 이러한 사람 중심 일하기 방식이 장기적으로 직무 중심으로 개편되어야 직무 중심 채용 제도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있다.
이상민 한양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