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한 저자, 아프리카·유럽 등 배경으로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에 주목 고통 앞에서 기죽지 않고 헤쳐나가는 여성의 모습 그려 ◇발 이야기:그리고 또다른 상상/J.M.G. 르 클레지오·정희경 옮김/432쪽·문학동네·1만5500원
구스타프 클림트의 ‘부채를 든 여인’. 17세기 이후 유럽 여성들은 사랑을 표현하는 도구로 부채를 사용했다. 르 클레지오는 더 나은 삶과 사랑을 위해 모험을 감수하는 여성들의 의지와 내밀한 감정의 흐름을 파고들었다. 동아일보DB
9개의 단편 소설과 1개의 에세이로 구성된 이 책에는 거친 파고에 맞서 단단하게 생의 끈을 부여잡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우연’ ‘타오르는 마음’ ‘아프리카인’ 등으로 유명한 저자는 200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후 3년간 집필한 작품을 모아 이 소설집을 펴냈다. 여성을 비롯해 또래보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지만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남성, 테러에 희생된 여인의 배 속 태아 등 소외된 존재들의 목소리에 주목했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저항이라는 주제로 소설을 쓰고자 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니스와 나이지리아 등에서 자랐고, 중남미를 여행하며 다양한 문화를 접한 저자의 열린 태도는 글 속에 진하게 녹아 있다. 세네갈, 라이베리아, 가나 등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져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내전과 식민 지배, 가난으로 신음하는 아프리카의 현실이 정교하게 묘사된 가운데 오래된 나무에 영혼이 깃들어 있고, 독수리, 하이에나가 사람을 지켜준다고 믿는 아프리카인의 세계관도 담겨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에밀리 플뢰게’. 주체적인 삶을 산 플뢰게는 여성 편력이 화려한 클림트가 숨을 거두는 순간에도 찾았던 영원한 연인이었다.
원제는 ‘Histoire Du Pied Et Autres Fantaisies’.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