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위원회 설립 30주 기념 좌담회 반덤핑규제-세이프가드 등 활용… 불공정 무역서 국내 기업 보호 세계 11위 수준 무역 규모 비해, 조사인력 너무 적고 전문성 부족 중소기업들 무역委 기능 잘 몰라… 피해구제 제도 제대로 이용 못해
무역위원회 설립 30주년을 맞아 역대 무역위 위원장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좌담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송상현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9대 위원장), 이영란 숙명여대 법대 명예교수(8대 위원장), 신희택 무역위원장,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10대 위원장).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불공정 무역으로부터 국내 시장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1987년 출범한 무역위원회가 이달 1일자로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30년 사이 한국의 수출입 규모가 880억 달러에서 9016억 달러(2016 년말 기준)로 확대되면서 한국 시장을 겨냥한 해외 기업의 덤핑 공세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 때문에 공정 경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무역위의 역할과 위상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국내 기업 간의 공정 경쟁을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율하는 것처럼 무역위가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의 공정 경쟁을 도모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자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설립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회의실에서 신희택 무역위원회 위원장(서울대 법학과 교수)과 역대 무역위원장인 이영란 숙명여대 법대 명예교수, 송상현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무역위의 역할과 향후 나아갈 길에 대한 좌담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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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2004년 일본의 산업용 로봇에 4∼10%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 기업의 산업용 로봇 경쟁력을 지켜낸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2015년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에 최대 33%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것이나 국내 기업의 특허권을 침해한 해외 제품의 국내 시장 반입을 막은 것도 성과로 꼽았다. 박 교수는 “무역위는 불공정 무역 방지와 함께 국내 산업의 미래를 지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역위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무역위를 활용해야 할 기업들의 인식이 낮은 점은 문제로 꼽혔다. 이 교수는 “무역위가 조사해 보니 중소기업의 62%가 무역위의 기능이나 역할을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덤핑 수입으로 피해를 보는 중소기업이 무역구제 제도로 신속하게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제대로 이용을 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나아가 소비자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무역위의 위상 강화와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참석자들은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국내 기업의 공정거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맡고 있지만 국제 거래 질서는 무역위가 담당하고 있다. 두 기관의 역할이 비슷한데 위상은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세계 11위 수준의 무역 규모에 비해 조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국내 무역위는 45명이 조사 업무를 하고 있고, 그나마 일반 공무원이 순환직으로 근무하다 보니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500명이 넘는 인원이 무역구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한국과 무역 규모가 비슷한 캐나다는 조사 인력이 한국보다 배 이상 많다. 송 교수는 “최근 부쩍 늘어난 지식재산권 침해, 반덤핑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들이 필요한데 현재 위상과 상황을 고려하면 이들을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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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