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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수 셰프 “한식, 단품 - 길거리 음식으로 확대 꿈”

입력 | 2017-06-29 03:00:00

미슐랭 별 1개 식당 이끌다 한식 레스토랑 ‘두레유’ 차린 유현수 셰프




유현수 셰프는 전국의 5일장에서 요리에 대한 영감을 많이 받는다. 인터뷰 당일 새벽에도 경기 양평군 양평 5일장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는 “5일장에서는 요즘 대도시에선 팔지 않는 식재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시장 할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고 듣고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타이거맥주 제공

유현수 셰프(39)에게 미슐랭 가이드에 나온 레스토랑과 셰프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는 2005년 미슐랭 가이드를 손에 들고 일본, 호주, 미국으로 떠났다. 5년간의 미슐랭 가이드에 나온 레스토랑과 셰프들을 찾아다니며 요리를 배웠다. 그리고 11년 뒤. 미슐랭 가이드 서울 편에 그의 이름을 실었다.

“미슐랭 가이드는 제게 선생님이었습니다. 이 책에 제 이름이 실린 것은 그동안의 작업들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지난 2년간 한식 레스토랑 ‘이십사절기’를 이끌며 미슐랭 가이드 별 1개를 받았다. 올해 1월에는 서울 종로구에 자신의 이름을 건 한식 파인다이닝(고급식당) 레스토랑 ‘두레유’를 열었다. 최근 이곳에서 만난 그는 생애 첫 ‘오너 셰프’라는 직함에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전에도 오너 셰프처럼 일해 왔지만 지금은 직원들 월급도 주고 경영도 해야 하니 조금 더 바빠졌어요. 그래도 원하는 음식을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지난해 미슐랭 가이드 서울 편에는 총 24곳이 별을 받았다. 그중 13곳이 한식 또는 모던 한식이었다. 모던 한식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두고 외국인 시각에서의 선정이라는 비판도 일었다.

“모던 한식이 많아 저도 충격을 받았죠. 그만큼 우리가 갖고 있는 한식에 대한 자산이 별로 없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외국인 시각이라고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 우리가 한식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준비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두레유의 ‘침채(沈菜)’ 샐러드(위)와 나물 어탕수. 침채는 김치의 어원이다. 이 샐러드는 물김치에무, 배추, 비트 등을 넣어 만들었다. 나물 어탕수는 우럭과 나물을 튀겨 우엉 간장 소스를 곁들였다. 유현수 씨 제공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갑자기 요리의 길에 뛰어들었다. 한식당을 운영했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한식, 일식, 양식 등 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유명 한식집을 돌아다니며 경력을 쌓았고 5년간 해외 유명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배웠다.

“해외 생활에서 얻은 결론은 한식입니다. 점점 외면당하는 전통 한식이 안타까웠어요. 한식이 외국에서도 통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한식의 모던화와 고급화를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2010년부터 줄곧 그는 한식 파인다이닝을 선보이고 있다. 1세대 한식 파인다이닝 셰프다. 틈만 나면 전국 5일장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식재료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매달 메뉴를 바꾸며 새 요리를 내놓는다. 한식 보급을 위해 올해 초부터는 한 방송사의 음식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한식은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어요. 또 TV에 출연하는 셰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방송을 통해 한식이 친근하고 어렵지 않은 요리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최근 '타이거 맥주' 주최로 태국 스트리트 푸드와 한식 파인다이닝의 만남에 대한 행사에 참석했다. 앞으로 단품 요리와 길거리 음식까지 한식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 그의 꿈이다.

“한식에도 다양한 시도가 있어야 해요. 최근 젊은층에서 한식에 대한 시선이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요. 파인다이닝은 문턱이 높은 편이지만 단품이나 길거리 음식 등을 개발해 더 많은 사람이 한식을 즐기고 요리했으면 좋겠습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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