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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대선배 영전에 바친 100m 한국新

입력 | 2017-06-28 03:00:00

김국영, 이틀만에 기록 갈아치워… 8월 런던세계선수권 티켓 확보
왼손 중지엔 ‘9초95’ 상징 반지




처음엔 모든 게 좋은 징조와는 거리가 멀었다. 출발을 준비하는 동안 경기장에는 갑자기 파라솔이 날아갈 정도의 강한 뒷바람이 불었다. 바로 옆 레인 선수는 스타팅 파울을 범하며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출발 총성이 울리고 3초가 지나도록 김국영(26·광주광역시청·사진)은 좀처럼 앞으로 치고 나오지 못했다. 새로운 기록을 기다리는 이들의 초조함도 커져만 갔다. 하지만 정작 레인 위 김국영의 생각은 달랐다. ‘스타트는 버리고 중후반에 계속 밀고 나가면 기록 나올 수 있겠다.’ 그의 전략은 딱 맞아떨어졌다.

김국영이 27일 강원 정선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코리아오픈국제육상경기대회 100m 결선에서 10초07로 한국신기록을 갈아 치우며 8월 런던 세계육상선수권 기준기록(10초12)을 가볍게 넘었다. 10초07은 김국영이 이틀 전(25일) KBS배 전국육상대회에서 공식 인정 기준(초속 2m 이하 뒷바람)을 넘겨 비공인으로 된 기록과 정확히 같은 기록. 결승선을 통과한 뒤 전광판에 표시된 ‘풍속(초속 0.8m)’을 확인한 김국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신기록 달성이 확정된 순간 그는 소속팀 심재용 감독에게 큰절을 올렸다. 심 감독은 2010년 10초23의 한국기록을 세운 뒤 오랜 슬럼프에 빠졌던 김국영을 다시 일으켜 세워 2015년부터 벌써 세 번째 한국신기록을 합작했다.

김국영이 육상 최단거리에서 새 이정표를 세운 날 전설의 철인으로 불리던 1947년 보스턴 마라톤 우승자 서윤복 전 대한육상연맹 고문이 세상을 떠났다. 김국영은 “오늘 예선이 끝나고 (돌아가셨다는 걸) 알았다. 한국 육상의 큰 분이셨던 만큼 내가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도 김국영의 왼손 중지에는 목표 기록 9초95를 상징하는 ‘9.95’를 새겼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벌써 4년이나 돼 그 숫자는 지워진 지 오래다. 하지만 그의 꿈은 화석처럼 그의 가슴속에 남아있다. 지겨울 만큼 많이 말했던 10초 벽을 깨뜨리는 것이다. 키가 작아서, 동양인이라서 어렵다고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외로운 싸움이라고들 하시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당장 중국, 일본에도 9초대 기록 선수가 있고 저도 어차피 내년에 그 선수들과 아시아경기에서 경쟁해야 하니까요. 묵묵히 9초대를 보고 가겠습니다.”

정선=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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