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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기업/EMW]모바일과 에너지, 4차 산업혁명 앞당기는 두날개… 미래 먹거리 향하는 기술혁신 명가

입력 | 2017-06-26 03:00:00

공기아연전지, 10년간 연구 개발… 투자비만 60억 원
지난해 비상전력 거대시장인 일본으로 진출 성과




EMW 인천 본사 전경.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사회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앞선 산업혁명기엔 물량 중심의 경제구조를 떠받치기 위한 기술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개개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기술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변화를 상징하는 산업이 바로 모바일과 에너지 분야다. 모바일 안테나 사업과 친환경 대체에너지, 공기청정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류병훈 EMW 대표 겸 EMW에너지 대표는 일상과 삶을 바꾸는 기술혁명에서 미래를 확신한다.

류 대표는 사물인터넷과 커넥티드카 등 미래기술을 단순히 눈앞에 펼쳐진 먹거리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무선통신과 에너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에 더 주목한다. 무선통신 명가인 EMW와 대체에너지로서 공기아연전지를 다루는 EMW에너지 두 기업 사이에 지분 연결은 없다. 같은 대표가 이끌 뿐 전혀 다른 회사인 셈이다. 상장회사인 EMW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EMW에너지가 독자적인 대체에너지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무선통신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EMW와 신대체에너지라는 성장동력을 갖춘 EMW에너지의 시너지 효과 또한 기대해 볼 만하다. 그런 면에서 이 두 업체가 겨냥하는 미래상에는 연결지점이 보인다. 일상까지 변화시키는 기술이 미래산업의 주도권을 쥔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변화에서 찾은 혁신 실마리


미래를 향한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안정적인 무선 통신의 발달이 맞춤형 산업의 발전을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다. 모든 사물이 온라인으로 이어지는 초연결사회를 앞두고, 무선 안테나 등 핵심부품 산업은 이미 몇 단계씩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를 바라보는 일반 시민들의 인식 변화 또한 두드러진다. 굴뚝과 화석연료로 대표되는 기존 산업구조가 점차 친환경으로 바뀌는 추세다.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라는 대기오염 문제가 우리 삶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친환경 대체에너지와 공기청정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류 대표는 이와 같은 변화를 탐색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무선모바일 통신의 핵심 부품인 안테나를 연구개발해 온 EMW는 최근 기본기에 혁신을 더했다. 1998년 설립 이후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유수의 스마트폰 제조사의 메인 부품업체로 거듭났고, 기본기가 튼튼한 회사로서 2005년 코스닥 상장 또한 순조롭게 성사시켰다. 미래산업을 이끌 무선통신 부품 기술은 연구개발을 이어가면서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원거리 대용량 무선데이터 전송용 무선통신카메라 개발이라는 성과도 최근 거뒀다. 기본기가 튼튼한 EMW는 신규 사업으로 공기청정살균기 분야로 진출했다.

백금공기청정살균기 ‘클라로(CLARO)’.

대표 제품이 EMW가 자체 제작한 백금공기청정살균기 ‘클라로’다. 클라로는 공기와 온도, 산성과 알칼리성에 모두 강한 백금을 나노미터(nm) 단위로 미세하게 입혀 공기청정 효과를 극대화했다. 백금에 열 촉매 기술을 이용해 빠르고 강력하게 공기 속 환경 유해 물질을 제거하고 살균하는 베이크아웃(Bake-Out) 기능도 돋보인다. 250도까지 열을 가해 살균과 탈취 반응이 일어나는 원리를 활용했다. 공기 중의 세균, 바이러스,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과 같은 인체 유해성분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점이 특징이다. 클라로의 베이크아웃 기능은 스마트 센서가 실내 오염 수준을 스스로 감지해 자동으로 작동한다.

클라로는 영국 소비자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았다. 1849년 문을 연 영국의 대표적인 백화점인 헤롯백화점이 클라로의 기술력을 인정해 납품 및 입점을 요청한 것. 공기를 단순히 필터로 걸러내는 기존 공기청정기와 달리 공기를 삶아내는 기술에 매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변화는 현실” 공기아연전지 주목

공기아연전지

EMW에너지의 야심작은 독자 개발 공기아연(Zinc·Air) 이차전지다. 공기아연전지 분야에서 10년 동안 연구개발을 거쳐 2015년에는 일차전지 상용 제품을 내놓았고, 충방전이 가능한 이차전지의 개발까지 앞두고 있어 시장을 놀라게 했다. 과감한 R&D 투자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문 연구소를 신설한 뒤 류 대표는 “미래를 향한 연구에만 집중해줄 것”을 당부했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긴 안목으로 투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총 투자금액만 60억 원에 달하는 프로젝트였다.

류 대표의 강한 의지가 아니었더라면 불가능한 기술혁신이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그동안 제조업이 강한 독일 등은 중소중견기업이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데 비해 국내에서는 중소기업이 세계 최초로 신기술을 개발해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에서 중소기업은 기술역량이 약할 것이라는 편견으로 막연한 불신을 갖는 데 대해 도전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 발굴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분이 없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

공기아연전지는 고갈되어 가는 희귀금속인 리튬과 달리 세계 3대 광물 중 하나인 아연을 바탕으로해 기존 이차전지에 비해서 가격이 20% 수준에 불과하다. 공기아연전지는 공기 중 산소와 전지 내부 아연이 반응하여 전기가 발생하는 원리로서 전지 내부가 음극으로만 구성돼 폭발·인화성 우려가 없고, 밀봉 시 반영구적 보관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안전성은 전기차 업체가 주목하는 기술이다. 또한 사용이 완료된 아연은 재가공하여 재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공기아연 일차전지는 군용(드론, 어뢰, 유도미사일, 무소음발전기, 방호구 일체형전지) 및 민간용(드론, 구명조끼, 삼각대)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차전지는 급속도로 성장하는 ESS(Energy Storage System) 및 전기자동차 분야에 쓰이는 리튬전지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신산업까지 이끌 신기술로 통한다.

류 대표는 “공기아연전지의 강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해 글로벌 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글로벌 시장에선 EMW에너지의 제품을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해 일본 전력기기 유통업체인 SSS에 자체 개발한 공기아연전지 ‘에이터너스(AETERNUS)’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비상전력 거대 시장인 일본이 지진 등 잦은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에이터너스’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성장세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류병훈 대표 인터뷰 / “중소기업, 연구개발에서 활로 찾아야”


“독자적인 기술 개발만이 살길입니다. 중소중견기업도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때 기업 경쟁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됩니다.”

EMW와 EMW에너지를 이끄는 류병훈 대표는 독자기술 개발을 통해서 활로를 개척해 왔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그는 중소중견기업의 기술혁신을 강조해온 인물로도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실적은 전부 자사의 기술 개발과 관련한 내용이다.

2011년 세계 최초 순수 공기아연전지 전기차량이 307㎞에 달하는 장거리 주행 테스트를 성공한 것부터 2015년 제1회 안전기술 대상을 수상한 것도 모두 연구개발과 기술이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거둔 성적표다. 특히 2015년엔 무전원 상태에서 전등, 전열기, 휴대전화 등에 비상전원을 공급하는 비상발전기 대용 연료전지 ‘에이터너스’의 제조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통해 얻은 기술력은 무엇보다 안정적이고 든든한 자산이며 이는 기업,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중소중견기업이 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경우 기술 성장은 더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과 우호적인 연구개발 생태계가 꾸려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류 대표는 공기아연전지를 개발하기 위해 10년 동안 기술력을 축적해올 만큼 기술혁신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는 성과에 대한 조급함은 없었으나 중소기업이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것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와 편견이 더 힘들게 느껴졌다고 말한다.

“정부가 중소중견기업의 기술 개발을 보호해 주고 투자를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 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힘든 일도 뚫고나가는 기업가 정신도 극대화될 것입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