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인터뷰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전시작전통제권, 한일 위안부 합의 등 외교 현안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특히 ‘1단계 동결, 2단계 폐기’라는 북핵 해법과 남북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포함한 ‘문재인표 대북 독트린’을 명확히 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구상이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제재와 압박에 대화 더해야”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체제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라며 1단계 동결, 다음 단계로 완전한 핵 폐기라는 2단계 접근도 이번 회담을 통해 논의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 한미 정부는 ‘전략적 인내’ 기조 아래 핵 동결이라는 중간 단계 없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변화를 북한에 요구했다. 문 대통령의 접근법은 핵 동결 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어서 차이가 있다.
대화의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해결)를 위해 제재와 압박이라는 메뉴판에 대화라는 메뉴판을 더해야 한다”며 “금년 중으로 그런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사드, 취소는 아니지만 절차 지켜야”
문 대통령은 한미 관계 불협화음 논란의 단초가 된 사드 배치에 대해 “환경영향평가가 사드 배치 합의 취소나 철회를 의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드 배치가) 앞 정부의 결정이라고 해서 가볍게 보지 않겠다는 말을 여러 번 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환경영향평가 등) 적법 절차가 지켜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우려하는 배치 철회, 미국이 희망하는 즉시 배치 모두 아니라는 취지다. 문 대통령의 궁극적인 사드 해법은 북한으로부터 핵 동결을 약속받은 뒤 대화를 통해 비핵화까지 나아감으로써 북핵·미사일 대응을 명분으로 내걸고 있는 사드 배치 문제까지 자연스럽게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 전작권 첫 언급…김대중 노무현 정부 계승 강조
이어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에는 ‘3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합의가 이뤄졌다.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 안정적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 필수 대응 능력 구비 등 ‘3대 조건’을 모두 갖췄을 때 전작권을 넘기기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를 강조함으로써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수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수 정부와 달리 대화를 통해 안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뜻도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우리 국민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특히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거부하고 있다”며 “위안부 문제 해결의 핵심은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