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발상의 전환’
14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에서 이무형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상무가 ‘셰프컬렉션 포슬린’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삼성전자 제공
지금까지 프리미엄 냉장고 성능을 좌우한 건 ‘기술’이었다. 신제품이 나올 때면 저장 공간별 독립 냉각, 온도 편차를 최소화하는 미세정온 등 최첨단 기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에 비해 ‘소재’는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이었다. 소재는 주로 제품 안보다 바깥을 꾸미기 위해 강화유리, 메탈 등에 색깔, 무늬가 첨가되며 주목받았다. 플라스틱 일변도였던 내부 소재는 5년 전 김치냉장고부터 메탈이 추가됐지만 존재감은 기술 차별화에 비할 바가 못 됐다.
지난달 출시된 ‘세계 최초 자기 냉장고’ 삼성전자 ‘셰프컬렉션 포슬린’은 정체된 내부 소재 개발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포슬린(자기)은 깨지기 쉬운 특성 때문에 공산품 소재로 적합하지 않다는 게 통념이었다. 삼성의 상식을 깬 도전은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유럽과 아시아 왕실에서 식기와 다기로 사랑받아온 포슬린은 약한 강도와 구울 때 수축하는 특성이 문제였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자기 및 산업소재 전문가 100여 명이 머리를 맞댔다. 개발팀은 전국은 물론이고 영국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일본 등 7개국을 돌며 2년간 수백 가지 테스트를 벌였다.
강도를 높이는 첨가제 혼합 실험에만 수십만 t의 흙이 사용됐다. 모두 고급 자기에 쓰이는 최상급 재료였다. 1년여의 시행착오 끝에 동일한 규격으로 미세한 차이까지 조절할 수 있는 특허 공법을 찾아냈다.
포슬린의 진가는 실제 사용 테스트에서 드러났다. 냉장고에서 번식하기 쉬운 대장균을 뿌리고 2시간 뒤 세척한 결과 플라스틱은 5% 정도 잔류균이 남았지만 포슬린의 잔류균은 0%였다. 냄새와 색이 배는 문제에도 메탈, 플라스틱과 차원이 다른 성능을 보였다. 김치와 생선에 노출시킨 각각의 실험에서 셰프컬렉션 포슬린의 잔류 가스와 색 차이는 제로에 가까웠다. 신선보관 기능과 직결되는 냉기 보존력도 마찬가지였다.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포슬린의 온도 변화가 0.9도인 데 반해 메탈은 1.4도, 플라스틱은 5.2도였다. 최초 온도로 복귀하는 시간도 포슬린(12.5분), 메탈(16.5분), 플라스틱(22.0분) 순이었다.
냄새와 변색에 강한 최적의 표면기공률을 찾기 위해 개발팀 전원(100명)이 패널을 자원했다. 쉰 김치, 비린 생선, 치킨업체별로 구해 온 소스를 냉장고에 묻히고 묵히는 실험이 3개월 동안 계속됐다.
이무형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상무는 “냄새와 색이 배는 건 소재의 거친 표면에 분자가 들러붙기 때문인데 포슬린은 표면기공률을 최적화해 냄새, 색이 밸 틈을 없앴다”고 말했다. 소재 개발을 담당한 강정혜 연구원은 “균이 뿌리박을 여지도 없기 때문에 세제 없이 물로만 닦아도 세균이 100% 씻긴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