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가 1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힐스골프장에서 열린 제117회 US오픈 마지막 날 4라운드 1번홀에서 힘차게 티샷을 하고 있다. 김시우는 구름 갤러리들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 등 통증 재발 등의 악조건을 딛고 공동 13위로 대회를 마쳤다. 에린(미 위스콘신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 김시우를 더 강하게 만든 US오픈
마지막 날 인기스타 리키 파울러와 같은 조
구름 갤러리 어수선한 상황 속 침착함 유지
등 통증 견디며 투혼 발휘…공동 13위 마감
김시우(22)가 아쉬움 속에 제117회 US오픈을 마무리했다. 우승까지 넘봤기에 성에 차진 않지만,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였기에 웃을 수 있었다.
출발이 나쁘지 않았기에 기대감은 점점 높아졌다. 그러나 숨은 복병이 있었다. 김시우는 이날 리키 파울러와 같은 조에서 경기를 했다. 파울러는 PGA 투어에서도 손꼽히는 인기스타다.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 필 미켈슨(이상 미국), 제이슨 데이(호주) 정도를 제외하고는 그와 인기경쟁을 펼칠 선수가 없을 정도로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김시우로선 파울러를 따라나선 구름 갤러리들까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김시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1번홀에서부터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파울러가 먼저 버디에 성공하자, 갤러리들은 일제히 “리키∼”를 외치며 환호했다. 그러고는 김시우가 버디 퍼트를 하기도 전에 우르르 다음 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혼잡스럽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기는 했다. 김시우는 전날 4라운드 조편성을 확인한 뒤 “내일(19일) 많은 팬이 따라다닐 것이다. 그러나 익숙한 일이기에 전혀 신경 쓰일 일은 없다. 집중하면 된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등 통증이 재발해 최악의 조건에서 4라운드를 치러야 했다.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연습하던 도중 등 통증을 느낀 김시우는 겨우 약을 복용하고 마사지를 받으면서 3라운드까지 견뎠다. 그러나 4라운드 9번홀 이후부터 통증이 더 심해졌다. 메이저대회였기에 기권하지 않고 정신력으로 버텼다. 이날 3오버파 75타를 쳐 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로 공동 13위에 올랐다.
처음 출전한 US오픈은 아쉬움 속에 끝났다. 한 가지 위안을 찾자면, 몹시도 열악한 환경에서도 더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끝까지 자신만의 경기를 펼쳤다는 것은 김시우가 그만큼 더 강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에린(미 위스콘신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