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가 국내 복귀전인 롯데칸타타여자오픈 첫 라운드 직후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영식 전문기자
우선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를 되묻게 한다. 장하나는 복귀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고의 무대에서 우승하는 것도 좋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게 더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제2의 박세리’를 꿈꾸며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세리 키즈’, 그런 자녀를 골프 스타로 만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헌신하는 ‘골프 대디’와 ‘골프 맘’은 물론이고 보통 사람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승의 기쁨은 잠시였다. 시상식을 마친 뒤 텅 빈 호텔 방에 돌아오면 공허함이 몰려왔다. 진정한 행복이 뭘까 수천 번 자문했다.”
이 말은 장하나의 국내 유턴이 단순히 향수병과 고된 투어 생활 때문이 아닌,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한 고심 어린 결단이었음을 보여준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계속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눈앞의 조건이 충족되면 행복할 것 같았는데, 곧바로 다른 조건이 나타나 앞선 행복을 가리기 때문이다.
골프 선수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 때 골프에 입문해 ‘그럴듯한’ 프로골퍼가 되기까지는 대략 10억 원 안팎의 경비(레슨비, 전지훈련비, 장비구입비, 연습라운드비 등)가 들어간다는 게 정설이다. 선수 본인이 한눈팔지 않고 피땀 흘려 노력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온 가족이 희생해야 한다.
더 나아가 우승을 하고 스타성도 갖춰야 후원사가 나타난다. 선수 수로 보면 1%도 안 되는 ‘좁은 문’이다. 그런데 머니 플레이어(몸값을 하는 선수)가 되지 못하면 스폰서는 곧 떨어져 나간다. 대회 수가 적은 국내 남자 프로골프는 훨씬 열악하다.
한편 이른바 ‘100세 시대’를 맞아, 현역 은퇴 뒤의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미 30대 초중반이면 젊은 후배들과 우승 경쟁을 벌이는 것이 버거워진다. ‘세리 키즈’의 롤 모델인 박세리는 “앞만 보고 뛰다가 문득 돌아보니 골프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일반인의 행복은 어떨까. 마찬가지다.
좋은 대학에 합격만 하면, 번듯한 직장에 취직만 하면, 승진만 하면…. 인생에선 행복의 조건이 끊임없이 기다리고 있다. 이를 계속 충족시키며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스포츠 선수에게는 롱런이 최고의 성공이자 재테크다. 일반 직장인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롱런의 비결은 무엇일까.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직업을 일찌감치 선택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지난달 만 41세의 나이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리조트 트러스트 레이디스오픈에서 우승한 강수연이 좋은 예다. 그는 현재 한국과 미국, 일본 투어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는 한국 여자 프로골퍼 중 최고 연장자다.
프랑스의 영웅 나폴레옹은 “나는 생애 일주일만 행복했다”, 3중장애(시각, 청각, 언어장애)를 딛고 일어선 헬렌 켈러는 “나는 평생 행복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진정한 행복은 마음에 달렸다는 얘기가 아닐까. 게다가 행복은 남이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