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저성장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돈을 굴리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졌다. 한국에선 더욱 그렇다. 자산의 80% 이상을 집을 마련하는 데 투입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부는 그나마 수익률이 높은 주식에 손을 댄다. 이마저도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신간 ‘글로벌 투자전쟁’의 저자인 영주 닐슨 성균관대 교수는 한국인들의 이 같은 투자 방식에 우려를 표한다. 자산을 다각화하는 방법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미국 월가에서 6조 원 규모의 투자금을 굴렸던 채권 전문 투자가이기도 한 닐슨 교수는 “국내에 투자가 한정될 경우 국가 경제가 침체될 때 개인에게 오는 피해를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주식을 사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회사가 도산할 경우 일자리를 잃는 것은 물론이고 투자한 자산도 함께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식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의 2%에 불과하다. 이는 곧 국경 밖에 98%의 새로운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닐슨 교수는 “지금은 일반 투자자들도 해외 투자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고전적인 투자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선 국경을 초월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닐슨 교수는 “이자율, 채권, 주식, 재무제표 등 투자의 기초 상식과 원리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전문가가 아니어도 해외 투자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투자 관점에서 이자율을 바르게 이해하고,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채권을 적절히 활용하며, 재무제표 분석에 기초해 양질의 주식을 선별하려는 노력은 국내 투자든 해외 투자든 상관없이 공히 적용되는 투자 원칙이다. 뭐든지 ‘기본’이 중요하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