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원주민의 딸/하우나니 카이 트라스크 지음/이일규 옮김/304쪽·1만5000원·서해문집
1970년대 하와이에서는 여러 인종의 노동자와 학생들이 연대해 해변과 계곡에 리조트를 개발하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운동은 토지와 바다를 상업적으로 사용하지 말고 원주민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서해문집 제공
일제에 강점당한 한반도가 아니라 미국 하와이 얘기다. 하와이라고? 맞다. 아름다운 해변에서 원주민 여성이 훌라 춤을 추며 ‘알로하’ 인사하는 하와이, 한때 최고의 신혼여행지였던 ‘파라다이스’ 하와이, 지금도 ‘가보면 그렇게 좋다’는 하와이, ‘니가 가라 하와이’의 그 하와이다.
인디언 학살이라는 미국의 ‘원죄’는 잘 알려져 있지만 하와이 식민화는 비교적 낯설다.
폴리네시아인들이 하와이에 살기 시작한 건 기원 후 400년경이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1778년 제임스 쿡 선장이 도착하면서 서양과 처음으로 접촉했다.
이후 서양인들과 함께 들어온 전염병으로 하와이 인구는 급감했다. 서양인들은 토지의 사적 소유 제도도 들여왔다. 원주민은 토지를 뺏긴 채 굶어 죽어가는데 미국인들의 설탕 플랜테이션 농업은 번영했다.
저자는 미국인이 하와이 원주민을 억압적인 봉건제도에서 해방했다는 등의 ‘하올레’(백인) 역사학자들의 서술을 반박한다. “우리 과거를 폄하하는 건 그들(서양인)의 행위가 거울에 비춰진 것이다. ‘하와이의 왕은 토지를 소유하고 백성은 토지에 얽매여 있었다’는 건 누군가 토지와 인간의 관계를 지배해야 한다는 서양의 무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 우리의 성생활이 문란하다는 건 서양의 기독교 사회에서는 연애가 죄악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 자연과 인간의 영적 힘을 믿는 것을 두고 미신을 섬긴다고 쓴다면 서양은 훨씬 전에 대지와의 깊은 정신·문화적 관계가 단절됐다고 폭로하는 것이다.”
물론 하와이와 한국은 다른 역사적 시간대를 산다. 억압당하는 원주민들의 하와이는 한국의 과거다. 그들에게 역사는 패전국들의 식민지에만 민족자결을 선언한 제1차 세계대전 종전에 멈춰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반면 오늘날 상당수 한국인에게는 민족주의가 발전적으로 극복해야 할 대상이 됐다. 한반도의 해방은 일제가 하와이 오아후 섬의 진주만 미 해군기지를 기습하며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가 패망한 결과로 얻어졌다는 점에서 북태평양 서쪽 한반도와 동쪽 섬의 식민 역사는 교차하고 엇갈린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