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감찰반, 참석자 전원 징계조치
‘돈 봉투 만찬’으로 물의를 빚은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18기·부산고검 차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51·20기·대구고검 차장)에 대해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7일 중징계인 면직 결정을 내렸다. 면직은 검사에 대한 최고 수위 징계인 해임의 바로 아래 단계다. 면직 처분으로 퇴직하면, 퇴직일로부터 2년간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다.
이 전 지검장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도 받게 됐다. 검찰 내부에선 “현행 징계 규정으로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라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 ‘빅2’는 면직, 나머지 참석자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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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반에 따르면 4월 21일 ‘돈 봉투 만찬’은 이 전 지검장이 전날인 20일 오전 안 전 국장에게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간부들과 저녁식사를 할 건데, 시간이 되는 검찰국 과장들은 함께하자”고 제안해 이뤄졌다. 이 전 지검장은 특수본 간부 6명, 안 전 국장은 검찰국 과장 2명을 데리고 만찬에 참석했다.
술을 곁들인 식사 자리에서 안 전 국장은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52·21기) 등 특수본 간부 6명에게 각각 70만∼100만 원씩을, 이 전 지검장은 이선욱 검찰과장(47·27기) 등 2명에게 각각 100만 원씩을 격려금으로 줬다. 안 전 국장과 이 전 지검장이 나눠준 돈은 모두 특수활동비로 확인됐다.
법무부 과장 2명은 그날 저녁 자리가 끝난 뒤 특수본 간부에게 격려금을 돌려줬다. 식사비용은 1인당 9만5000원이었으며 이 전 지검장이 회식비 전액을 본인의 업무추진비로 결제했다.
감찰반은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 간부들에게 돈을 건넨 행위가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상급 공직자 등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은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 사무를 감독하는 법무부 간부 사이는 이런 상하관계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반면 안 전 국장이 특수본 간부들에게 준 돈은 청탁금지법상 처벌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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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감찰반은 안 전 국장에 대해 “특수본이 본인 관련 사건(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휴대전화 통화)을 종결한 지 나흘 만에 부적절한 처신을 해, 검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며 면직을 청구했다. 감찰반은 안 전 국장이 우 전 수석과 지난해 7∼10월 160여 차례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경위를 확인한 결과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찰반은 뇌물과 횡령 등 법 위반 여부도 검토했지만 사익 추구 등 고의성이나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을 제외한 나머지 참석자 8명 전원은 “상급자의 제의에 의해 만찬에 참석했다”며 경징계인 경고 조치를 내렸다.
○ 검찰 내부 “예상 뛰어넘는 중징계”
검찰의 이른바 ‘빅2(서울중앙지검장, 검찰국장)’였던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이 동시에 면직 처분을 받자 검찰은 “예상했던 것보다 징계가 가혹하다”며 술렁였다. 한 부장검사는 “정직이나 감봉 정도가 될 걸로 생각했었다”며 “앞으로는 검찰 내부 술자리도 조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부적절한 만찬인 건 맞지만 이 전 지검장이 후배 검사의 수사까지 받게 된 일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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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감찰본부는 조만간 이 전 지검장을 한 차례 정도 소환 조사한 뒤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국장도 한 시민단체가 지난달 뇌물수수 등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상태여서 향후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안 전 국장 사건은 당초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이진동)에 배당돼 있었지만 이날 외사부(부장 강지식)에 재배당됐다. 조사1부가 만찬 참석자인 노승권 1차장의 지휘를 받는 부서인 점을 감안해 이정회 2차장 산하의 외사부로 사건을 옮긴 것이다.
법무부와 대검은 감찰반의 권고에 따라 특수활동비 사용 체계 개선 방안을 만들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뒤 특수활동비가 원래 목적 외에 쓰이지 않도록 구체적인 사용 지침 등을 만들 방침이다.
전주영 aimhigh@donga.com·허동준·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