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픈 우승… 디오픈 티켓도 획득 마지막 날 2타차 공동 2위로 출발… 14, 15번홀서 3타 잃고 주춤하다 16, 17번홀 연속버디 공동선두 복귀… 연장 17번홀 칩인버디로 드라마 완성 김기환 제치고 우승상금 3억 챙겨
“내 이름을 기억하라” 장이근이 4일 끝난 제60회 코오롱 한국오픈 연장 마지막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넣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내셔널 타이틀로 차지한 장이근은 3억 원의 우승 상금과 함께 세계 최고(最古)의 골프대회인 디 오픈(브리티시오픈) 출전권을 획득했다. KPGA 제공
잊혀질 뻔했던 장이근이란 이름은 4일 끝난 제60회 한국오픈에서 확실하게 되살아났다. 장이근은 이날 우정힐스CC(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드라마 같은 역전극 끝에 김기환(26)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갤러리로 대회장을 찾은 아버지 장 씨는 우승이 확정된 순간 아들을 끌어안고 기쁨을 나눴다.
2타차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장이근은 14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범한 데 이어 15번홀(파4)에서도 보기를 적어내 우승 경쟁에서 탈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255야드나 되는 16번홀(파3)에서 10m 버디를 잡아내며 기사회생했고 17번홀(파4)에서도 5m 거리의 내리막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공동 선두로 복귀했다.
4일 천안 우정힐스CC에서 끝난 제60회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장이근(오른쪽)과 아마추어로 이 골프장 클럽 챔피언에 오른 적이 있는 아버지 장오천 씨. KPGA 제공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난 장이근은 서부의 명문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골프부에서 활동하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의 꿈을 키웠다. PGA투어 진입이 여의치 않자 학교를 중퇴한 뒤 지난해부터 아시아프로골프투어를 주무대로 활동해 왔다. 이번 대회에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가 아닌 원아시아투어 회원 자격으로 출전했다.
“우정힐스 골프장 구석구석을 잘 아는 아버지가 세세한 코스 특성을 귀띔해준 게 큰 도움이 됐다”는 장이근은 “디 오픈은 어렸을 때부터 동경해온 무대다. 앞으로 목표는 PGA투어에 진출해서 우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