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씀이가 바른 기업’ 캠페인 통해 실직-질병 등으로 어려운 가정 지원 17개 기업 매달 정기 후원금 납부
황규철 인천적십자사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달 24일 ‘씀씀이가 바른 기업’ 캠페인에 14번째로 참여한 한림병원 이정희 이사장에게 현판을 전달하고 있다. 인천적십자사 제공
인천적십자사가 확인해 보니 환자는 생후 5개월 된 딸을 둔 이모 씨(31)로 3월 집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이 씨는 인천에서 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심각해지자 아산병원으로 옮겨져 심장수술을 받았다. 이 씨의 부인은 지난해 출산을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중소업체 직원이던 이 씨가 쓰러지자 수술비는 물론 생계까지 막막했다. 쓰러지기 전에도 생활이 어려웠던 이 씨는 금융권에 3000만 원 넘게 빚이 있는 상태였다. 이 씨는 수술을 받고 의식은 회복했지만 두 달가량 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인천적십자사 관계자는 “이 씨의 사정이 딱해 위기가정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낸 후원금과 인천지사의 예산을 보태 우선 치료비 1000만 원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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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은 12세 소년의 편지가 계기가 돼 시작됐다. 지난해 2월 초등학생 김모 군(12)의 아버지가 몰던 화물차가 5중 추돌사고를 당했다. 김 군의 아버지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두 달 넘게 입원하면서 치료비만 3000만 원이었다. 김 군의 가족은 보증금 350만 원짜리 낡은 빌라에 세 들어 살고 있을 정도로 곤궁했다. 김 군 아버지는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어 산업재해 수혜 대상자도 아니었다. 결국 치료비를 마련하지 못하자 김 군은 그해 5월 인천적십자사에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당시 인천적십자사는 위기가정을 지원할 예산이 바닥을 드러냈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기업과 단체, 개인이 자발적으로 내는 적십자회비 모금이 크게 줄어든 탓이었다.
그러자 황규철 회장(64)이 발 벗고 나섰다. 인천지역 각 업체를 찾아다니며 김 군의 편지를 보여주면서 인천적십자사의 재정난도 함께 얘기했다.
‘기업 순례’를 한 지 석 달여 만인 지난해 8월 수상레저기구 제조업체 ㈜우성아이비가 캠페인에 처음으로 뜻을 같이했다. 이어 지산도시개발과 디딤푸드를 비롯한 7개 업체가 동참했다. 인천적십자사는 같은 해 10월 이들 캠페인 참여 기업과 시민 정기후원금을 모아 김 군 가정에 병원비와 생계비 2000만 원을 지원했다. 이후 6개 가정에 위로의 손길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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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인천적십자사를 이끌고 있는 황 회장은 “기업 후원금이 비록 적더라도 위기에 처한 가정이 생활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더 많은 기업이 동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