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 프로젝트 담은 새 책 ‘변덕주의자들…’ 펴낸 건축가 오영욱 “나는 주류 안에서 다른 걸 꿈꾸는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 건축으로 더 나은 세상 만들고 싶어”
건축가 오영욱 씨는 “서울은 흥미로운 도시이지만 몇몇 외국 도시처럼 사람들이 거리에서 좀더 밝게 인사하고 서로 배려하며 움직이는 모습이 더해지면 좋겠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처음으로 출판사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제목을 지었다”는 새 책에는 대중적 인지도를 안겨준 스케치의 비중이 크지 않다. 건축디자인사무소 사업자등록을 낸 지 10년째. 그동안 주도하거나 참여한 건축설계 프로젝트 200여 개 중 20개를 추린 포트폴리오에 가까운 책이다. 지난해 가을 완공한 서울 용산구의 사무소 건물 ‘우연한 빌딩’에서 만난 그는 “대학 2학년 때 첫 설계수업 과제부터 이 건물 이야기까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어릴 때 품었던 꿈과 지금의 내 삶이 아주 동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과정을 통해 어떤 희미한 실마리를 따라서 예전의 내가 지금의 나로 흘러왔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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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시작하고 나서 어제 확신한 가치가 오늘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상황을 거듭 겪었다. 많은 걸 수용하고, 때로 포기하고, 떠났다가 돌아오고 하면서 만들어가는 게 오늘의 도시, 그리고 그 도시 속 사람들의 삶 아닐까. 흔히들 ‘강한 신념을 갖고 살아가자’고 얘기하지만 눈앞의 현실에서는 어떤 게 좋고 옳은지 명확하게 결론지어지는 일이 드물다.”
책 말미에 그는 “변덕주의자인 나에게 단 한 가지 바뀌지 않은 건, 건축을 통해 세상을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었다”고 썼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가치관이 건축에 드러난다고 믿는다”는 그의 새 사무소 건물에는 날카롭게 마감한 직선 모서리가 없다. 구불구불 울룩불룩한 그의 스케치를 그대로 현실에 가져온 모양새다.
“이 건물을 둘러본 한 학교 선배가 ‘이건 딱 너 같은데?’라고 했다. 최고의 찬사였다. 나 같다는 게 뭘까. 주류의 흐름 안에서 뭔가 그 흐름과 다른 걸 꿈꾸는, 다르고픈 강박과 욕망이 큰, 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 그게 나라고 생각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