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원지수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나는 이른바 ‘콜알못’(콜드플레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평소에 음악을 즐겨 듣지 않는다거나 대중문화와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직업이 대중과는 뗄 수 없는 광고 카피라이터인 까닭에 일부러라도 찾아 듣고 챙겨 본다. 다만 특정 가수나 장르에 대한 선호보다는 그때그때 좋은 것을 듣는, ‘좀 덜 구체적인’ 음악 취향을 갖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내가 콜드플레이와 그들의 노래 대부분을 모른다는 것을 ‘커밍아웃’ 하기란 쉽지 않았다. ‘넌 그것도 몰라?’ 하는 눈빛에 몇 번 쏘인 후로는, 당연히 나도 그들의 팬이거나 최소한 대표곡 몇 개쯤은 알 거라고 전제한 상대의 말을 굳이 끊지 않았다.
가만 보면 우리는 ‘모른다는 것’에 참으로 인색하다. 내가 아는 무언가를 남들이 모른다는 사실에 답답함과 묘한 우월감을 함께 느낀다. 반대로 자신이 모두가 아는 무언가를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 사실을 부끄러워하며 최소한 ‘남들만큼은’ 알기 위해 애를 쓴다. 그것이 정말 나의 관심사인가 하는 것보다 그것도 모르냐는 말을 듣지 않는 것이 먼저다. 아이 때는 그토록 자주 물었던, “그게 뭐예요?”를 입 밖에 내기 위해서는 때로 상당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더 많은 사람이 알거나 즐기는 것을 모르고, 즐기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들이 그보다 덜 재밌거나 덜 의미 있는 걸까? 누군가 고성능 헤드폰을 끼고 유명 가수의 음악에 푹 빠져 있는 동안, 다른 누군가는 헬스장에서 귀를 왕왕 울리는 음악을 들으며 운동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을지 모른다. 누군가 주말마다 비행기 타고 왔다는 유명 디저트를 음미하는 동안, 또 다른 누군가는 침대 위에서 만화책을 읽으며 세상 맛있는 뻥튀기를 즐길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충분히 각자의 삶을 각자의 방식대로 밀도 높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방식은 남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존중받아야 한다.
인터넷 검색창에 ‘비바 라 비다’를 치면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팝송’이라는 소개글이 제일 위에 나온다. 나는 이참에 그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다. 죽기 전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린 그들의 멋진 음악이 궁금해서다.
원지수 제일기획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