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부족해 초반 ‘날림 진단’ 우려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를 강화한 개정 정신건강복지법(현 정신보건법) 시행(30일)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초기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강제입원을 결정할 전문의 인력이 부족해 초반에 ‘날림 진료’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이번 조치로 퇴원하는 입원환자가 3000명 안팎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행 첫 주
강화된 강제입원 절차가 30일부터 현장에 곧장 적용된다. 현재는 보호자 2명이 요청하고 전문의 1명이 동의하면 환자를 강제입원 시킬 수 있지만 개정법이 시행되면 타 병원 전문의가 2주 내에 추가로 진단을 내려야 한다. 복지부는 제2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한 사례가 연간 12만9863건일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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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전담 전문의 1명이 하루에 환자 12∼16명을 진단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병원 간 이동 시간 등을 감안하면 환자 1명당 대면 진료에 들일 수 있는 시간은 20분이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선 추가 진단 의사가 환자 1명당 평균적으로 진료기록 검토에 2∼3시간, 면담에 1시간가량을 들여 꼼꼼히 입원 적합성을 평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행 석 달 후
현행 6개월인 기존 환자의 ‘계속 입원’ 심사 간격이 ‘입원 후 3, 6, 12개월’로 촘촘해진다. 종전엔 환자가 급성 증상을 보이지 않아도 퇴원 후 주거지가 마땅치 않으면 병원이 ‘계속 입원’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정법은 환자가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없으면 강제입원 시킬 수 없도록 규정했다.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증세가 심했던 환자가 퇴원 후 치료제 복용을 거르고 외래진료에 응하지 않아 다시 증상이 악화되는 점을 막으려면 이들을 돌볼 지역사회 복귀 인프라가 더 많아야 한다. 복지부는 퇴원 환자를 보살필 각종 시설에 빈자리가 8000명분 이상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정신질환 치료와 무관한 노숙인 보호시설까지 포함한 통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미입원 정신질환자 43만 명 중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등록된 환자는 5만여 명에 불과해 치료 인프라 연계율도 낮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선 퇴원 환자가 방치되지 않도록 병원에 들러 치료제 복용 여부를 체크하도록 하는 ‘외래명령’을 실효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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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에 생애 처음 입원하는 환자에 한해 한 달 내에 입원 적합성을 심사하도록 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11월 30일 출범한다. 전문의, 법조인, 환자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환자의 진료 기록을 검토하며, 필요 시 현장조사를 실시한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미국 프랑스 등에선 법원이 하는 역할을 대신하는 기구인 만큼 형식적 심사에 그치지 않도록 철저히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