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피칭아카데미 이상훈 원장 고졸 신인-1군 부진 선수들 맡아 목표의식-컨디션 조절법 등 제시 임찬규 김대현 마운드 주축으로… 팀도 평균자책점 2.78 가장 낮아
프로야구 LG ‘레전드’이자 현재 LG 피칭아카데미 원장인 ‘야생마’ 이상훈(사진)은 현역 시절 마운드에서의 집중력이 유난히 돋보인 투수였다. 공 하나하나에 혼을 실어 던진다는 표현을 자주 들었던 몇 안 되는 투수였다.
올 시즌 LG는 10개 구단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9일 현재 2.78)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입단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투수들이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등판에 대비하는 자세가 크게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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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은 고졸 신인급 투수와 1군에서 부진했던 투수들의 지도를 맡아 강한 목표 의식을 불어넣고 개인 성향에 따른 컨디션 조절 방법 등을 제시해 주고 있다. LG는 2015년 투수 유망주들을 일대일 지도를 통해 육성하는 피칭아카데미를 개설했다.
그는 멘털 관리를 좋은 투수 육성의 첫째 조건으로 본다. “단순하게 ‘너 멘털이 강해야 된다’고 하는 게 아니라 천차만별인 투수들 개인별로 좋은 공을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를 느끼도록 해주는 게 제 역할입니다.”
선수들이 꼭 배워 갔으면 하는 것이 있다. 기록에 대한 집착을 덜고 부상을 피해 가야 한다는 마음가짐이다. 그는 “나는 경기가 없는 날에도 큰 ‘볼일’을 볼 때 화장실에 튜브를 묶어두고 손의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했다”며 “경기에서 1시간 이상 투구를 하기 위해 4∼6일을 준비한다. 이 과정이 중요하다. 3∼4년 이상은 부상 없이 잘 던져야겠다는 마음가짐이 20승을 하는 것보다 투수 인생에서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올 시즌 LG 선발진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임찬규와 고졸 2년 차 김대현은 지난 1년간 이 원장의 도움으로 성장했다는 게 팀 안팎에서의 평가다. 김대현은 “원장님이 당장 공을 던지기보다는 고교 시절 아팠던 부위를 회복하고 힘을 키우는 데 집중하도록 해주셨다. 휴식 시간에는 투수로서 어떤 정신을 가져야 하는지를 얘기해 주셔서 느끼는 바가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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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선수들이 프로에 들어오면 구속이 떨어져 걱정을 많이 합니다. 빨리 구속을 끌어올리려다 부상을 당합니다. 그런데 프로 선수는 1년을 꾸준하게 던질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부상 없이 시간이 지나면서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 공의 회전이나 공 끝의 힘이 좋아지면서 힘도 붙어 다시 구속이 올라갑니다. 정신과 마음의 준비가 중요합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