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민미술관 ‘do it 2017, 서울’전
관람객에게 캔버스를 대여해 사진을 찍도록 한 뒤, 그 사진을 캔버스와 함께 전시하는 권두현 작가의 ‘For Rent’. 일민미술관 제공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do it 2017, 서울’은 21세기 예술가의 역할을 묻는 전시회다. 이곳에서는 ‘예술가가 만들고 관객이 감상하는’ 관습에 반기를 든다. 예술가는 관객과 함께 작품을 만들고, 그렇게 나온 작품을 두고 서로 교감한다. 권두현 작가의 ‘For Rent’도 그렇다. 캔버스 여러 장에 제목의 알파벳을 한 글자씩 적어 넣었다. 관객들은 하루 2000원을 내고 캔버스 한 장을 빌려갈 수 있다. 이 캔버스를 이용해 연출한 장면을 사진 찍어 캔버스와 함께 반납하면 된다. 캔버스를 대여하는 동안 캔버스가 있던 자리에는 사진이 걸린다. 관객들의 사진과 작가의 남은 캔버스가 함께 전시되는 셈이다.
‘do it 2017, 서울’전에서 예술가들은 다양한 지시문을 수행하면서 관객과 교감한다. ‘비밀번호로 연애편지를 써보라’는 지시문에 호상근 작가는 비밀번호에 대한 관객들의 사연을 그림으로 나타낸다. 일민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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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의 지시문도 있다. 김범 작가는 ‘휴대폰 튀김을 만들려면 휴대폰에 달걀옷을 입히고 빵가루를 묻힌 후 기름에 튀기고 여분의 기름을 제거해 접시에 담아 맑은 간장과 함께 내면 됩니다’라는 지시문을 썼다. 이에 대해 구민자 작가는 17종의 휴대전화 기종, 100여 종류의 기름, 200여 브랜드의 달걀 등 온갖 재료를 동원해 ‘휴대폰 튀김’을 만드는 방법을 차트로 그려 제시했다. ‘물로 씻지 않는다/씻는다’ ‘튀기는 도중에 전화가 오지 않는다/전화가 온다’ 등 단계마다 경우의 수를 넣었음은 물론이다. ‘휴대폰 튀김’이라는, 예술가의 기괴한 ‘요리 지시문’에 대해 다른 예술가가 유쾌하게 화답한 대목이다. 4000∼5000원. 7월 9일까지.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