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석·사회부
그러나 대한민국 재난경보체계의 실상은 하루도 안 돼 민낯을 드러냈다. 6일 강원 동해안 일대에 발생한 대형 산불로 주민과 관광객 등 수십만 명이 공포에 떨었지만 이 지역에서는 단 한 명도 재난문자를 받지 못했다. 국민안전처와 산림청, 강원도, 강릉시 등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기관 중 단 한 곳도 문자발송 버튼을 누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주민과 관광객들은 뉴스 속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보를 확인하며 각자도생(各自圖生)했다.
시스템은 잘못된 것이 없다. 국내 재난문자 시스템은 기지국 기반의 문자전송 기술(CBS·Cell Broadcasting Service)을 활용한다. 읍면동까지 발송 대상지를 골라 해당 지역 기지국을 경유하는 모든 휴대전화(CBS 기능이 탑재된 경우)에 재난문자를 보낼 수 있다. 3G(WCDMA)나 4G(LTE) 통신망을 쓰는 휴대전화(약 5800만 대)면 문제없다.
일본은 태풍과 해일, 지진 등의 재해경보는 기상청이 전담한다. 전쟁 등으로 인한 피란 경보는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가 맡고 있다. 해당 기관들은 재난 발생 때 책임 소재를 가릴 것 없이 즉각 반응한다. 지난해 구마모토(熊本) 지진 때 일본 기상청이 3.7초 만에 경보를 발령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한국과 일본 모두 기본적인 문자경보 체계는 다르지 않다. 산불도 지진처럼 위험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시스템이 필요하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