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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는 좋은데…” 보령머드축제에 먹을거리가 없다

입력 | 2017-05-08 03:00:00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43만명 방문… 횟집-조개구이집-편의점만 수두룩
외국인 먹을거리 없어 고통 호소




매년 7월 열리는 충남 보령머드축제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축제이지만 먹을거리가 부족해 방문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첫번째 사진은 머드축제를 즐기는 외국인, 두번째 사진은 식당가가 부족해 썰렁해보이는 머드광장.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축제 콘텐츠는 좋은데 먹을 게 없어서….”

올해 20회를 맞은 충남 보령머드축제가 먹을거리 부재로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축제장에 먹을 게 없는 건 방문객에겐 고통이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7일 보령시와 대천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보령머드축제에는 399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 국내 최대 축제 중 하나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 중 외국인 관광객은 43만 명.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국내 축제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보령시는 이런 인기가 계속될지 걱정이다. 축제 만족도나 재방문 의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축제장 먹을거리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 축제가 열리는 대천해수욕장 머드광장 주변 음식은 바닷가 특성상 생선회와 조개요리 등이 대부분이다. 실제 본보 조사 결과 머드광장에서 바닷가 쪽 좌우 200m 이내 20군데 매장 중 횟집과 조개구이집이 10곳이고 나머지는 편의점이나 치킨, 김밥, 해장국 등을 파는 곳이 전부다. 축제가 열리는 시기가 한여름이라 생선회나 조개류 등을 기피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편의점 패스트푸드나 간식거리가 고작이다. 한국 전통음식을 파는 곳도 마땅히 없다. 따라서 외국인이나 젊은층은 매번 먹을거리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배재대 관광이벤트연구소가 2014, 2015년 보령 머드축제 방문객을 대상으로 축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11개 평가 항목(재미, 재방문 및 타인 추천 여부, 프로그램, 시설 안전, 안내 해설, 사전 홍보, 편의시설, 접근 주차, 상품, 지역문화, 음식) 중 음식에 대한 만족도는 연속 꼴찌였다. 연구소 측은 “관광객들이 패스트푸드점, 조개구이집, 편의점 등 행사장 주변에 위치한 음식점이나 상가를 이용했으나 메뉴가 한정적이며 대규모 인원이 밀집할 때 음식 구매가 어렵거나 서비스 질이 하락하는 등 불편이 가장 컸다”고 지적했다.

보령시는 이에 따라 외국인과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푸드트럭 존을 조성하는 방안 등을 고민했으나 이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축제장 주변 일부 상인들이 상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 상인들의 이런 태도는 결국 머드축제와 보령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머드축제에 방문했다는 허모 씨(47·여·서울 송파구)는 “축제장에 마땅히 먹을 게 없다는 소문을 듣고 아예 서울서 먹거리를 준비해 갔다”고 했다. 임완식 보령관광협회 회장은 “먹거리 불만이 갈수록 높아져 기존 식당이 다른 메뉴를 개발해 판매하도록 하자거나 푸드트럭을 유치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으나 반발이 적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축제 전문가들은 “국내 큰 축제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축제들은 음식부스를 방문객 선호도에 맞춰 신규 설치하고, 수익금 일부를 차기년도 행사준비금으로 활용하는 등 먹거리에 큰 신경을 쓰고 있다”며 “축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선 상인들의 대승적 판단과 자치단체장의 강력한 의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머드축제는 7월 21일부터 30일까지 열흘 동안 대천해수욕장 머드광장 일원에서 열린다. 특히 올해는 20회 성년을 맞아 규모와 내용이 훨씬 커지고 다양해진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