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팀 대리
나는 어릴 때부터 아토피를 앓았다. 지금도 계속 관리하고 있다. 아토피는 참 못된 질병이다. 자기가 자기를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간지러워도 긁어서는 안 된다. 어떻게 상처가 덧날지 알기 때문이다. 때려도 보고 꼬집어도 본다. 하지만 참을 수 없어 긁으면 그날 밤은 후회한다. 이런 게 무한 반복이다. 자고 일어나 밤새 긁어 진물이 난 자신의 팔오금을 볼 때의 그 마음을 누구도 이해해주기 어렵다.
아토피로 연간 100만 명이 진료를 받고 있고, 이 중 절반은 12세 이하일 정도로 어린이들이 고통받고 있다. 보송보송해야 할 아이의 피부가 짓무르고 상처투성이가 될 때, 간지러움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밤새 칭얼댈 때 이에 못지않게 부모 마음도 타들어간다.
‘아토피 이민’이란 말이 있다. 한국에서 아토피를 심하게 앓던 아이가 환경이 깨끗한 외국에 가자 기적같이 나았다는 것이다. 외국에도 아토피는 있기 때문에 나간다고 반드시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얼마 전 캄보디아에 갈 일이 있었는데 비행기에서 내리면서부터 피부가 좋아지는 놀라운 치유의 경험을 했다. 서울로 돌아오면서 원상복귀했지만 내 몸이 주변 환경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걸 깨달았다. 가뜩이나 아동 인구수가 줄어드는데 대한민국을 떠나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니 안타깝다. 문제는 이것도 있는 집 아이들 이야기라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숨 쉬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고, 아토피도 빈부를 가리지 않지만 가정형편에 따라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엄연히 다르다. 월 소득이 100만 원이 안 되는 가정에서 아토피를 앓는 경우가 400만 원 이상 소득 가정에 비해 약 2.5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고소득 가정의 경우 아토피 치료를 일찍,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와 아토피 모두 우리 사회가 환경을 소홀히 했을 때 발생한 역습이다. 문제는 그 피해가 가장 약한 아이들에게 집중되고, 그중 가난한 아이들이 더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어릴 적 부모님은 내 아토피가 자신들 탓이라며 밤잠을 못 이뤘다. 나도 부모님 원망을 참 많이 했다. 누구의 탓이 아님에도 이처럼 마음 아파하며 고생하는 아토피 환자를 둔 수많은 가정이 있다. 곧 대선이다. 환경 문제로 고통받는 아이들과 힘들어하는 가정을 어루만져 주고 아이들이 자연에서 맘껏 뛰놀 수 있도록 앞장설 후보에게 내 한 표를 던질 것이다.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팀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