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박수근미술상 황재형展, DDP 갤러리문에서 21일까지
광부의 환한 웃음이 인상적인 작품 ‘건들마’.
소설가 황석영 씨가 화가 황재형 씨의 인생과 작품에 대해 한 말이다. 강원 태백에서 30여 년 머물면서 광부들의 삶을 화폭에 담아온 화가 황재형 씨의 전시회가 개최된다. 21일까지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에서 열리는 ‘제1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작가전’이다.
지난해 제1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 심사위원단은 “관찰자의 그림이 아닌, 삶과 일치하는 예술 작업을 견지해 온 흔치 않은 작가”라고 황 씨를 평했다. 오랜 예술가 친구 황석영 씨의 얘기와 일치하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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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들마’나 ‘한 잔 들어’ 같은 작품이 그렇다. 1984년 작 ‘한 잔 들어’와 2012년 작 ‘건들마’에는 30년 가까운 시차가 있지만 주인공 광부의 웃음은 그대로다. 어두운 잿빛 색채가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지만, 그 안에서 광부는 천진하게 웃고 있다. 노동의 정직함이 담긴 웃음은 2012년 작품에서 오히려 더욱 환하다. 땀 흘리며 일하던 중 건들마(남쪽에서 불어오는 초가을의 선들선들한 바람)에 한숨 돌리는 듯한 표정이다.
미술평론가 윤범모 씨는 이 같은 작품들에 대해 “무슨 거창한 구호가 아닌 소박한 일상사의 한 단면에서 작가는 속 깊은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과장법 없이 묘사된 탄광촌의 독특한 모습에서 우리 시대의 보편적인 민중의 삶을 확인하게 된다”고 말한다.
황재형 씨는 작품에서 어두운 회색, 검푸른 색, 재색 등 탄광을 연상시키는 색채를 놓지 않는다. 봄 풍경과 꽃, 길섶 등 자연 풍경에도 이 색채는 일관되게 쓰인다.
가령 ‘사북의 탄길’에서 작가가 묘사한 탄광 가는 길은 거칠고 투박하다. ‘남겨진 것들’은 초가집과 의자로만 이뤄졌다. 인물 하나 나오지 않는 이 풍경들은 아름답기보다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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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박수근미술상 수상 작가인 황재형 씨의 작품 ‘탄천의 노을’. 탄광촌의 개울물에 반사된 노을빛이 애잔하다. 황재형 씨는 탄광촌 그림을 통해서 현실에 발 디딘 예술 세계의 단단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박수근미술관 제공
전시는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 현대미술관과 별채인 박수근파빌리온에서도 열린다. 박수근미술관 현대미술관에서는 내년 4월 15일까지, 파빌리온에서는 10월 22일까지 개최된다. DDP 갤러리문 관람료는 무료, 박수근미술관은 1000∼3000원.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