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거들과 황금사자기의 인연
1997년 황금사자기에 광주일고 소속으로 출전했던 최희섭 해설위원이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서 활약하던 모습(위 사진). 오승환(아래 사진 오른쪽)은 경기고가 우승했던 2000년 제54회 대회 16강전에서 역전 만루홈런을 치는 등 타자로서 맹활약했다. 왼쪽은 경기고 에이스였던 LG 이동현. 동아일보DB
그 후 허리 부상으로 은퇴하기까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 시절 까까머리 소년은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그 타자가 돼 시카고 컵스, 플로리다, LA 다저스의 유니폼을 차례로 입었다. 국내 복귀 후에는 고향 팀 KIA에서 V10도 일궜다. 하지만 그 파란만장한 최희섭의 야구인생 속에서도 황금사자기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또렷했다.
“결승전 상대였던 신일고에 안치용(KBSN 해설위원)이랑 봉중근(LG)이 있어서 우승을 못 했어요. 김광삼(LG 코치)한테 끝내기 홈런 맞아서 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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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광주일고 3인방(서재응, 김병현, 최희섭)의 일화도 덧붙였다. “아마 병현이 형(BK)이 한 말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 야구 잘해서 100억 원씩만 벌고 야구 하지 말자’고요. BK는 정말 그 말을 지켰죠(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100억 원은 그때 한국에서 야구 해서 벌 수 있는 돈이 아니었어요.” 결국 셋은 모두 메이저리그에 입성해 광주일고 3인방의 전설을 썼다.
세인트루이스 마무리로 활약 중인 오승환은 2000년 제54회 대회에서 경기고 ‘개교 100주년 첫 전국대회 우승’의 주역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마운드보다 타석에서 더 강력했다는 점이다. 당시 경기고 에이스는 결승전(완투승)을 포함해 전 경기 마운드에 섰던 이동현(LG)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동현은 우승의 공을 ‘타자 오승환’에게 돌렸다.
“2000년이 경기고 개교 100주년이어서 응원이 정말 뜨거웠다. 16강전에서 지고 있었는데 오승환이 역전 만루홈런을 쳤고 그 극적인 역전승이 우승의 계기가 됐던 것 같다.” 오승환은 호수비를 선보인 선수에게 주는 미기상도 받았다.
빅리그 재입성을 노리는 박병호(미네소타)는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 유일한 황금사자기 홈런왕 타이틀 보유자다. 박병호는 2003년 제57회 대회에서 4번 타자로 나서 3경기 동안 홈런 2개, 9타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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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개막하는 제71회 황금사자기 대회가 또 어떤 미래의 메이저리거에게 영광 혹은 아쉬움으로 남을지 모를 일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