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대 법무법인 화인 대표변호사
소방복에는 발수도 기준이 있다. 물이 스며들지 않고 흘러내리게 하는 정도를 말한다. 선진국은 이 기준을 5급 만점에 4급으로 하고 있다. 즉 5번 세탁을 하더라도 80% 이상 발수 기능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3급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실제 그 기준을 충족하고 있을까. 중앙소방본부에 의하면 입찰 검증을 위해 몇 벌을 테스트할 때는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만 대량으로 납품받아 검증을 하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한다.
방화복은 불에 타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으나 방화 처리가 된 원단은 방수 처리를 할 수 없고, 발수 처리도 충분히 할 수 없는 것이 기존의 기술이다. 그래서 처음 방화복을 지급할 때는 발수 처리를 한 방화복을 지급한다고 한다. 그러나 2, 3회 입다 보면 발수 기능이 없어진다. 그래서 소방관들은 항상 물에 젖은 무거운 방화복을 입고 화재를 진압하고 있고, 그 무거운 방화복이 소방관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기준에 미달하고 기능이 떨어지는 방화복을 입고 화재 현장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우리의 소방 현실. 우리 소방관들은 왜 그런 방화복을 입어야 하는 것일까. 내부 규정상 방화복 수명은 7년으로 되어 있고, 7년 이내에 다른 방화복을 마련할 때는 소방관 자비로 구입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방화복 기능이 떨어졌다면 국가가 새 방화복을 공급해 소방관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 국가는 소방관에게 현재의 기술 상태에서 세계 최고의 방화복을 지급하는 것이 옳다. 현재의 기준도 맞추지 못하는 방화복을 지급하는 정부는 과연 소방관들에게 불의 현장으로 들어가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
이상대 법무법인 화인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