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민족혼 말살 위해 기둥 70개 중 2개 잘랐다” 보수과정서 주민 증언 확보… 2020년까지 원형복원 계획
전남 여수시 군자동에 있는 국보 304호 진남관은 정면 15칸, 측면 5칸으로 지방관아로서는 국내 최대 목조단층건물이다. 문화재청과 여수시는 150억 원을 들어 2020년까지 진남관 정비·보수 공사를 벌인다.
그런데 최근 일제가 민족혼을 말살하기 위해 진남관 기둥을 잘랐다는 증언이 나왔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가 향토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주민의 증언을 채록한 것이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는 최근 동아일보에 2000년대 중반 박인수 씨(사망·증언 당시 93세)가 “일제가 진남관을 학교로 바꾸면서 기둥 2개를 자르고 벽을 해체했다”고 증언한 녹취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박 씨는 1911년 일제가 진남관을 개조해 만든 여수보통공립학교를 다녔다.
문화재청과 전남 여수시가 진남관 보수·정비 공사에 앞서 2013년 진행한 실시설계 용역 과정에서 작성한 도면(첫번째 사진)과 여수시가 촬영한 훼손된 진남관 기둥 2개 흔적(동그란 점선 부분). 여수시 제공
문화재청과 여수시는 10일부터 진남관 보수 정비를 위해 가설 덧집 공사를 시작한다. 덧집은 해체 과정에서 비바람으로부터 목재나 기본 골재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다. 진남관은 높이 28m, 가로 80m, 세로 30m 크기의 덧집 안에서 하나하나 해체된 뒤 정비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진남관 터의 각종 유물 발굴 작업도 이뤄진다. 발굴조사 이후 복원되면 진남관은 2020년 새 모습을 드러낸다. 훼손된 기둥 2개와 벽체도 원형대로 복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덕문 국립문화재연구소 안전방제연구실장(58)은 “진남관이 크게 기운 것은 사람으로 치면 갈비뼈 기능을 하는 고주 2개와 내부 벽이 제거됐기 때문”이라며 “관광객들이 보수·정비 현장을 살펴볼 수 있어 민족혼을 일깨우는 공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남관은 여수 종포해양공원 끝자락 ‘이순신 광장’ 뒤편에 있다. 이순신 장군 동상과 거북선, 벽화가 있는 이순신 광장 터에는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을 진수했다고 알려진 좌수영 선소(船所)와 바다가 있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매립됐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